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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 넘게 주고 샀는데…주가 1000원 폭락한 회사 가보니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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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 3개월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경영진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807억 달러(약 113조원) 글로벌 임상시험수탁(CRO) 시장(2023년 기준) 공략에 속도를 내겠습니다. 내년 상반기 유럽 지사 설립을 포함해 3년 내 10개 해외 지사를 만들어 글로벌 CRO 영토를 확장하겠습니다.”



윤병인 씨엔알리서치 부사장(1980년생)은 지난 15일 해외 사업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윤 부사장은 윤문태 회장의 장남으로 신사업 등 전반적인 경영을 도맡아하고 있다. 윤문태 회장은 서울대학교 약학과 출신으로 LG생명과학(현 LG화학) RA/임상팀에서 근무했고 과학기술처 장영실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 임상시험의 선구자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씨엔알리서치 본사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로 412 씨엔알빌딩(지상 6층 규모)에 있다.
국내 1호 CRO 업체…월평균 임상시험 300건 수행
이 회사는 1997년 설립된 국내 1호 CRO 업체로 2021년 12월 17일 코스닥 시장서 스팩(엔에이치스팩17호) 합병 상장했다. 국내 최다인 1800건 이상(누적) 다양한 분야의 임상시험 수행 경험과 5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의사, 약사, 간호사 등)을 보유했다. 특히 30명 이상의 메디컬팀을 통해 임상시험 설계 및 진행 과정 간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감소시키고 이를 정교화하는 등 글로벌 수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표준화된 업무 체계와 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월평균 임상시험 300건을 수행하고 있다.



씨엔알리서치의 사업 구조를 살펴보면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고객사와 위수탁 계약을 맺는다. 위탁자인 고객사가 임상시험 수행을 의뢰하면 수탁자인 씨엔알리서치가 임상 과제를 수주 후 수행을 하게 되는데 업무의 진척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한다.



일반적으로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선 10~15년 걸리고 비용은 최소 1조원 이상이다. 임상시험은 크게 신약개발을 위한 허가용 임상(임상 1~3상)과 시판 후 조사 등과 관련된 비허가용 임상(임상 4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 단계별 임상시험에서 임상 컨설팅부터 대상자 수 산출, 프로토콜 개발, 임상시험의 수행, 데이터 관리, 통계 분석, 결과보고서, 인허가 등 전 영역에 걸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씨엔알리서치의 사업 영역이다.


리가켐바이오·한미약품 등과 협력…조숙정 부사장 “임상시험은 종합 예술”
신약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임상시험 소요 기간은 평균 6년 이상, 비용 역시 전체 R&D 비용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이 때문에 첨단바이오의약품 등 새로운 기술의 적용과 규제 변화로 인해 제약·바이오 기업과 전문성 있는 임상 CRO 간 파트너십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등 사실상 우리나라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씨엔알리서치는 1년 평균 250~300개 임상시험 과제(복수 의뢰자 포함)를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CRO 아이콘클리니컬리서치에서 10년간 근무한 조숙정 부사장(기술본부장)은 “임상시험은 한마디로 종합 예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아플 때 먹는 약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려면 제약사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데, 모든 회사들이 임상시험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우린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조력자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 기관의 승인 조건과 환경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병원 등서 임상시험을 하며 고객들의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확 낮춰준다”고 부연했다.


윤병인 부사장 “해외 지사 설립…2027년 매출 1000억 도전”
윤 부사장은 “글로벌 CRO로 나아가기 위해 공격적으로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있다”며 “2027년 매출 1000억원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과 태국에 법인을 설립해 현재 3개(싱가포르 포함)의 글로벌 거점이 있다”며 “현지 제약·바이오사들과 협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CRO 임상시험 과제는 1건당 평균 5억~10억원 정도인데 해외는 1건당 20억원 이상, 많게는 수백억원 프로젝트도 있다”며 “글로벌 임상시험 과제를 많이 따내 매년 두 자릿 수 이상의 성장을 이루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2027년 글로벌 CRO 시장 규모는 1082억달러으로 예상했다. 국내 시장의 100배가 넘는 수준이다.



최근 3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역성장은 없었다. 2021년 매출 432억원, 영업이익 58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551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기록했다. 2년 만에 각각 27.55%, 6.90% 증가했다. 3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1.56%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455억원, 영업이익 44억원으로 실적 순항 중이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올해 매출 606억원(전년 대비 9.98% 증가), 영업이익 70억원(12.9% 증가)을 전망했다.



윤 부사장은 “다국가 임상시험 서비스를 현지에서 수행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며 “국내에 치중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 해외 법인 추가 설립을 검토하고 있고 신규 수주 공격 영업으로 수주 잔고는 약 1509억원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3분기까지 글로벌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 9건(117억원), 동남아 1건(38억원), 유럽 1건(7억원) 총 162억원을 따냈다.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윤 부사장은 “지씨씨엘(지씨셀과 조인트 벤처), 트라이얼인포매틱스(자회사), 에이비씨바이오사이언스(자회사), 씨엔알에스엠오(자회사)를 설립해 임상시험의 품질 향상을 높였다”고 자신했다. 2019년 설립된 지씨씨엘(지분 25.6%)은 임상시험 검체 분석 기관이다. 제약사·바이오 벤처들이 신약 개발 시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검체(혈액, 소변 등)를 분석한다. 지씨씨엘은 글로벌 350여개 파트너사들과 거래하며, 자체 개발 온라인 플랫폼인 ‘G-HUB’가 있다. 전국 57개 영업소 물류망을 이용한 24시간 바이오 콜드체인이 강점이다.



특히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를 위한 IT 시스템 개발을 지속적으로 노력했는데 올해 하반기 씨엔알리서치의 IT 시스템을 자회사 트라이얼인포매틱스와 통합해 임상시험 IT 솔루션을 일원화하고 있다. 디지털 CRO 퍼스트 무버를 꿈꾸는 것이다. 트라이얼인포매틱스는 임상시험 영상 데이터 관리 솔루션 ‘이미지트라이얼’과 메디컬 모니터링 지원 대시보드 ‘트라이얼 데이터허브’, 원격 의료 및 DCT(분산형 임상시험) 지원 솔루션 ‘VTB’ 등을 보유한 임상시험 전문 IT 솔루션 회사다. 윤 부사장은 트라이얼인포매틱스를 통한 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다.



조숙정 부사장은 “FDA, EMA, 식약처 등 규제 기관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다 다르다”며 “우린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수많은 데이터를 쌓아뒀기에 임상시험 업무 처리가 빠르다”고 말했다. 또 “관련 조직 재정비와 현지화를 통한 속도전과 업무 자동화, 데이터 표준화 등 기업 경쟁력 강화로 글로벌 CRO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임상시험은 단기간에 진행되지 않는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 신약은 있을 수 없기에 CRO 사업은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윤 부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고객사들과 짧게는 1~2년, 평균 4년 이상의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임상시험 시장 공격 영업으로 퀀텀점프를 이루겠다”고 자신했다. 조 부사장은 “인간의 생명과 연결된 사업이라 미래 성장성이 끝이 없다”고 덧붙였다. 투자 위험 요인은 제약·바이오 회사들과 동반 성장하는데 아직 글로벌 회사들과 협력 경험이 적다는 것이다. 또 국내 제약·바이오 경기를 상당히 타고 투자 환경 악화 땐 타격을 받는다.


국내 CRO 시장 연평균 14.4% 증가…“씨엔알리서치, 다국가 임상시험 경쟁력”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국내 CRO 시장 규모는 2014년 2941억원에서 2022년 9885억원으로 연평균 14.4% 증가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제약·바이오 기업 R&D 비용도 2조4900억원에서 4조3900억원으로 오름세다. 제약·바이오 기업 신약 개발이 지속되면 임상 비용도 늘기 때문에 씨엔알리서가 수혜주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씨엔알리서치는 2022년 로피바이오의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8개국 다국가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지난 4월 FDA, 5월 EMA 임상 3승 IND(임상시험계획서) 승인을 이끌어냈다”며 “샤페론, 뉴로바이오젠 등과의 기업들과도 미국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바이오업체 트루티노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1b상 시험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실적과 수주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유망하게 바라봤다.



지난 4월 트라이얼인포매틱스의 ‘Aid-U’라는 제품이 FDA 510(k)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2395원(4월 22일 고가)까지 치솟았다. FDA 의료기기 510(k) 허가란 제품 검증, 데이터의 유효성, 제조 공정 및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기허가 제품(Predicate Device)과의 실질적 동등(Substantial Equivalence)을 입증, 미국 의료기기 시장에서의 상품 판매가 가능한 허가를 뜻한다.


연중 고점 대비 주가 56% 폭락…“글로벌 CRO 강자 될 것”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048원으로 연중 고점 대비 56.24% 하락했다. 최근 5거래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64만8712주(금요일 종가 기준 환산 땐 하루 거래대금 6억7900만원)에 그쳐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도 쉽지 않다. 이에 주가 부양책을 묻자 윤 부사장은 “올해가 글로벌 기업 도약 원년이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인수합병)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실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주주들의 목소리를 계속 청취 중이다”며 “진행 중인 사업들이 몇 개월 만에 뚝딱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글로벌 CRO 강자를 향한 여정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총 주식 수는 5672만5891주로 윤문태 회장(지분 40.90%) 외 4인이 지분 64.1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2.09%로 유통 물량은 30%가 조금 넘는다. 3분기 기준 1% 미만 소액 주주는 7669명이다.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101억원, 부동산 자산으로 본사 건물 290억원(2021년 감정가 기준)이 있다. 시가총액(594억원)의 약 65% 정도다.



1980년생 윤 부사장은 2007년 5월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사업개발, 전략기획팀, 영업 등 전 부서를 경험하며 ‘글로벌 CRO 큰 그림’을 그렸다.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새벽 3시에 자고 새벽 6시에 출근하기도 했다. 그는 녹십자와의 사업 협력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성공시켰다.



인생 마음가짐을 부탁하자 “아직 누구에게 조언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며 “나 자신도 정립이 잘 되어 있지 않고 배우는 과정이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어떤 자리를 가든 사람들에게 듣고 배우는 편이라 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바깥 세상을 더 경험하고 많은 사람을 만난다면 기회를 잘 포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업무에 대해선 집요할 정도의 집착을 보이는데 이를 통해 0에서 80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사업도 정치다”며 “바둑판에서 까만 바둑돌을 얼마나 하얀 돌로 바꿀 수 있는지가 성공의 포인트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CRO 산업의 경우 우수한 인력 채용과 유지가 중요하다”며 “씨엔알리서치는 국내 1호 CRO 업체로 오랜 기간 많은 임상시험 및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데 숨은 조력자로서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낮기 때문에 시장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신규 사업에 대한 성장성이 부재한 게 주가 상승의 제한 요인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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