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독자위원회 3차 회의가 지난 2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3분기(7~9월) 한경 기사 중 창간 60주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제시한 미래 7대 제언을 두고 “미래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을 잘 짚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한국의 60년 경제 발전사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인포그래픽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각종 상장지수펀드(ETF)와 슈퍼리치의 동향을 소개한 재테크 관련 기획들도 “경제신문의 강점을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반면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거나 부동산 미보유자의 불안을 키우는 듯한 정제되지 못한 ‘단정적 표현’이 자주 등장한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이날 회의에는 박병원 한경 독자위원회 위원장(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주재로 김도영(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김우경(SK수펙스추구협의회 PR담당)·김예진(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박종민(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한국언론학회장)·이창재(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정준형(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조성우(의식주컴퍼니 대표) 위원 등이 참석했다.
○“관치금융 막는 방파제 돼달라”
위원들은 지난 7~9월 기사 가운데 자유시장경제를 창달한다는 원칙에 충실한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금융당국의 잘못된 행보를 과감하게 지적하고 올바른 길로 가도록 채찍질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김도영 위원은 “선진국 도약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분야, 유일하게 후진적인 산업이 금융”이라며 “금융감독원을 위시한 관치금융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국무총리나 경제부총리보다 금융감독원장이 기사에 더 많이 등장했다는 한경의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며 “금융당국의 월권과 권한 남용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병원 위원장도 “금융당국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있다”며 “한경이 관치금융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계속 이어가 관치금융의 폐해를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7월에 집중적으로 보도한 ‘재태크 판이 바뀐다’ 시리즈도 경제신문의 강점이 잘 드러난 기획이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이창재 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성향과 개인투자자가 해외로 몰리고 국내 증시가 외면받는 현상 등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 유익했다”며 “코스닥시장에서 부실기업 퇴출이 적시에 이뤄지지 못하고 2차전지나 바이오 위주로 특정 분야에만 관심이 쏠리는 기형적 편중 문제도 잘 알게 됐다”고 했다. 김우경 위원은 “재태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한경 독자들을 위한 맞춤 정보가 많았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한경이 사회에 쓴소리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조성우 위원은 “국군의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는 등 10월에 휴일이 크게 늘었다”며 “주4일 근무제도 가시권에 들어오는 등 근로시간 단축이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위원은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만나보면 향후 한국 사회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덜 일하고 더 소비하는 트렌드 대신 열심히 일해 생산성을 올리고 세금을 내는 ‘성실함의 가치’를 부각하는 기사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뉴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편 다수 위원은 언론 보도가 가뜩이나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더 부채질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 보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는 평가다. 박 위원장은 “시장과 독자의 편에 늘 서 있는 한경의 관점은 지지하지만, 시장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며 “과열된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부동산 뉴스에서 자극적인 제목을 잡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시세 흐름은 사실대로 보도하되 전문가들의 견해와 분석을 담담하게 적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도영 위원도 “부동산은 공급 요소와 함께 시장의 심리도 중요한데 여기에 언론 보도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며 “한경의 부동산 기사 제목들이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는 느낌이 있다”고 거들었다.
7월 말 공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의 ‘수명 다한 공운법(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기획에 대해선 ‘좀 더 명료하고 쉽게 지적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박종민 위원은 “기사에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심하다는 지적은 인상적이었지만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문제 삼아온 한경의 기존 논조와 사뭇 달라 일관성이 부족해 보였다”고 했다.
○“미래 지향적 시도에 주목”
위원들은 한경 60주년 창간을 기념한 ‘대한민국 초일류 선진국으로 가자’ 기획이 눈에 띄었다고 짚었다. 김우경 위원은 “그래픽과 스토리 라인을 매우 공들여 여러 면에 걸쳐 마치 잡지처럼 세세하게 구성한 지면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초일류 선진국 7대 제언이 눈길을 끈 이유는 미래지향적 관점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며 “한눈에 우리 경제 60년사를 볼 수 있는 편집과 그래픽에서 압도적인 힘이 느껴졌다”고 했다. 김예진 위원은 “7대 제언 중 인구 재앙을 새 성장의 기회로 삼자는 슬로건이 현재 상황에 가장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위원들은 한경이 미래 60년을 위한 아젠다를 발굴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준형 위원은 “1980년대와 그 이전 세대는 자기희생을 통해 이뤄낸 성과가 많았는데 현세대는 희생을 꺼리고 권리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삼성전자 등 국가 대표 기업들의 혁신과 경쟁력을 장려할 수 있는 기사를 많이 내달라”고 말했다.
‘초일류 선진국으로 가자’ 기획이 지나치게 장밋빛 분석과 전망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박 위원장은 “창간 기획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는 과정을 보여줬으니 이제는 중국에 따라잡히는 한국의 현주소를 보여주자”며 “과학기술 진흥책과 이공계 인력 대우 등에서 한국과 중국을 비교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예진 위원은 “7대 제언이 창간기획으로만 그치지 않고 고령화 등 인구 변화에 대비해 생산성을 높일 기술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계속 나와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밖에 박종민 위원은 “고용허가제 이후 외국인 체류와 이민법 문제 등 향후 불거질 외국인 고용 문제를 더 깊이 있게 다뤄 달라”고 당부했다.
■ 한경 3기 독자위원
● 위원장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위원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예진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김우경 SK수펙스추구협 PR담당
박종민 한국언론학회장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정준형 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박종필/이소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