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실험’으로 주목받았던 뉴미디어 스타트업들이 연달아 문을 닫고 있다.
3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참여형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는 지난달 24일 간이파산 선고를 받았다. 얼룩소는 콘텐츠 창작자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공론장을 만들겠다고 나섰던 스타트업이다. 사회 현안 가운에 주제를 선정하고 일반 이용자가 글을 써 3명 이상에게 추천을 받으면 1만원씩 지급했다. 에디터들에게 좋은 글로 선정되면 20만원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 보상을 꾸준히 지급할 수익원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콘텐츠 유료화는 미뤄졌고 지난 5월 보상 서비스를 중단했다. 얼룩소에 투자했던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페이스북에 “얼룩소는 투자금을 경제적, 사회적 임팩트로 바꿔내는 데 실패했다”며 “그래도 미디어 시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법을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는 있다”고 평가했다.
구독형 콘텐츠 스타트업 퍼블리도 아웃소싱 인적관리(HR) 솔루션 기업인 시소에 최근 인수합병됐다. 핵심 사업이었던 멤버십 콘텐츠 서비스는 다른 미디어 스타트업인 뉴닉에 따로 팔렸다. 2015년 설립된 퍼블리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큰 관심을 받았던 곳이다. 누적 투자만 200억원을 받았지만 매출은 지지부진했고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 커뮤니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도 올해 서비스를 중단했다.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정치 공론장을 시도했지만 수익화에 실패했다. 콘텐츠 네트워킹 플랫폼 헤이조이스(플래너리)는 컬리에 흡수합병된 후 서비스가 멈춰섰다. 콘텐츠 실험을 시도했던 뉴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도 투자 혹한기로 문을 닫았다.
이들 회사는 한때 기성 언론의 한계를 극복할 뉴미디어로 각광받았던 곳들이다. 질 높은 콘텐츠를 큐레이션해 비용을 받고, 창작자에게도 보상하는 상생 구조를 모색했다. 하지만 콘텐츠만으로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사업을 이어갈 힘을 잃었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1~9월 콘텐츠 스타트업 투자는 4629억원으로 전년(7652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올 상반기 콘텐츠 스타트업 고용인원은 전년보다 8.6% 감소했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포털과 유튜브에서 양질의 콘텐츠가 공짜로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뾰족한 콘텐츠를 돈 주고 볼 수요 자체가 적었다”며 “결국 소수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행사 비즈니스를 하거나 별도의 광고영업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이는 기성 언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