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 잘못된 조리법이 담긴 자료를 발간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SBS 보도에 따르면 한식진흥원 홈페이지에서 한때 김치찌개 조리법을 잘못 소개하고, 김치를 중국어로 파오차이라고 표기하는 등의 오류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식진흥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설립된 기관이다. 매년 100억 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 한식을 세계에 알렸다.
진흥원 홈페이지에는 여러 한식에 대한 소개와 만드는 방법 등이 나와 있다. 그런데 김치찌개 조리법에 살아 있는 미꾸라지, 우거지, 숙주 등 김치찌개와 전혀 관련 없는 재료를 표시하고 있다.
조리 전 준비사항에 '살아 있는 미꾸라지에 굵은 소금을 뿌리고 뚜껑을 덮어 5분 정도 놔뒀다가 체망에 넣고 거품이 나도록 문질러 씻는다' 등의 내용이 있었는데, 추어탕 조리법이 김치찌개 조리법으로 잘못 기재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김치를 중국어로 '파오차이(泡菜)'라고 표기하고, 떡갈비의 유래를 전라도 광주가 아닌 경기도 광주라고 쓰는 등 잘못된 정보를 다수 제공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파오차이는 중국식 절임채소로, 김치와 엄연히 다르다. 중국에서는 김치가 파오차이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국 공공기관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표기한 점을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진흥원에선 음식점 등이 한식 메뉴를 영문으로 올바르게 표기할 수 있도록 '한식 메뉴의 외국어 표기 활용 안내서' 책자도 발간했는데, 책자에서도 오기가 발견됐다. 홍합탕을 홍어탕(Hongeotang)으로, 순대를 소머리 수육(Someorisuyuk)으로, 족발을 조기찜(Jogijjim) 등으로 잘못 써 책자 8만 부가 폐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오류는 길게는 1년 넘게 노출돼 있었다고 한다. 진흥원은 해마다 자체 전수조사를 하지만 오류를 제대로 거르지 못했다. 대체로 시민들이 오류를 발견해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바로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진흥원은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자료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김치의 중국어 표기의 경우, 2021년 국정감사 때 농림부 산하 기관을 전수조사해서 파오차이 대신 신치(辛奇)라고 쓰라는 공문이 나와 변경했다"며 "오류는 조치가 완료됐고,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