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데 힘입어 우리나라의 9월 수출이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추석 연휴의 영향으로 조업일이 줄었지만 하루 평균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한국 수출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해외 증권사들의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이 587억7000만달러(약 78조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 늘었다고 1일 발표했다. 올해 최대 규모이자 9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작년 9월 이후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추석 연휴가 낀 9월은 조업일수(20일)가 지난해보다 하루 적었는데도 수출은 오히려 41억달러 늘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이 29억4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영향이었다. 수입은 521억2000만달러로 2.2% 늘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67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무역흑자 역시 16개월째 이어졌다.
올 3분기 수출은 173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증가했다. 수입은 1600억달러로 6.2% 늘었다. 무역수지는 139억달러 흑자로 작년 3분기보다 117% 늘었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4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이 “하반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서 한국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대조적으로 수출은 하반기 들어 더욱 순항하고 있다.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해당 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월간 기준과 분기 기준 모두 수출이 꾸준히 증가해 ‘상고하고(上高下高)’의 흐름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수출을 이끈 것은 반도체였다. 9월 반도체 수출은 136억달러로 37%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내면서 ‘반도체 겨울론’을 잠재웠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데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각각 31%와 14% 오른 덕분으로 분석된다.
2대 수출품인 자동차도 55억달러로 4.9% 늘어나며 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시장 가운데 6곳의 수출이 증가했다.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 수출은 117억달러로 6.3% 늘었다. 중국과의 무역수지도 5억달러 흑자로 7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미국 수출도 104억달러로 3.4% 증가해 14개월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이어갔다.
안 장관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국 동부 지역의 항만 파업 등 수출 리스크 요인을 연말까지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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