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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두 번 우는 한국 소부장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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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이 없으면 사업을 접어야죠.”

국내 소재 기업의 한 임원이 최근 정부 관계자에게서 들은 면박이다. 국내 시장을 중국 제품이 잠식하는 데 대한 대책을 요청한 자리에서였다.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 차는 적게는 30%, 많게는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희소금속 부국인 중국의 원료 수출 통제로 국내 소재 기업의 원가 부담이 급증했지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중국산 가격은 떨어지고 있어서다.

경쟁력 없는 기업이 도태되는 게 시장 경제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철저히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 상황에선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을 경제 논리로만 접근할 수는 없다.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가장 취약하다. 주요국 중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다. 2022년 기준 100만달러 이상을 수입하고 특정국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1719개에 달한다. 이 중 930개가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이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통제하는 바람에 국내 트럭 기사들이 요소수를 구하느라 전국 주유소를 수소문하고 일본 직구에 열을 올리던 게 불과 3년 전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185개 소재를 선별해 70%인 특정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이런 산업 구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 내엔 ‘경쟁력 없는 사업을 정부가 굳이 지원해야 하느냐’는 시각이 남아 있다.

소부장 기업이 두 번 우는 건 어렵게 국산화한 제품을 구입해야 할 대기업들이 국산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적에 목을 매는 대기업이 ‘소부장 독립’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것도 시장 논리다. 하지만 국가 차원으로 시야를 확대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미국 일본 인도 등 한국과 경쟁하는 주요국 정부가 보조금을 자국 소부장산업 살리기에 활용하고 있어서다.

자체 공급망 없이는 한국의 주요 먹거리인 반도체와 2차전지도 생산하기 어려운 시대다. ‘한국처럼 반도체산업이 건재한 나라는 세액공제가 효과적’이라는 일부 관료의 논리는 약육강식의 글로벌 시장에서 너무도 한가하게 비친다. 전문가들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소부장산업에는 보조금 외엔 뚜렷한 해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소부장 기업 상당수는 지방에 있으므로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말 소부장산업을 버릴 것인가. 그리고 중국만 바라볼 것인가. 결정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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