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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높은 집값, 한국에 더 치명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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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다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뛰기 시작한 집값이 윤석열 정권에서도 이어지더니 지난해 고금리 덕에 잠시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서울의 다수 지역 아파트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가격 수준은 10억원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추측된다.

높은 집값은 국민 기본권인 주거 안정을 해친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그런데 집값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1세기 들어 미국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되자 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이 많이 올랐다. 하지만 높은 집값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고유 상황 때문에 특히 한국에 치명적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준의 저출생 위기를 겪고 있다. 출생률 0.7은 전쟁을 겪는 나라보다 낮다고 한다. 저출생이 미래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연금을 포함한 사회 문제는 물론이요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이 없는 한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게 자명하다.

한국의 저출생과 관련해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집값이 아주 중요한 요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에 몰려 있는 청년들에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울 만한 웬만한 집은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결국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집값이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띄우는 저출생 대책을 내놨다. 신생아 특례 대출 등이 그것이다. 저금리 대출로 일부 출산 부부가 혜택을 받았을지 몰라도 현재 진행형인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게 중론이다. 집값이 너무 올라 대출을 끼고도 집을 살 형편이 안 되는데 정부가 싼 이자로 대출해 준다고 무슨 큰 소용이 있겠나!

한국 산업 구조에서 특이한 점은 영세 자영업자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영업을 자신이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기보다는 일자리가 없어 반강제로 내몰린 경우가 상당수여서 이들의 경쟁력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그 결과 자영업자가 공급하는 물품이나 서비스의 수요가 조금만 감소해도 망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소비 활동이 왕성해야 할 30, 40대 청장년층이 끝없이 오르는 집값에 불안을 느껴 ‘영끌’로 집을 장만하고 이것이 다시 집값을 올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엄청난 대출 원리금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모든 소비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 한국 경제의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수 부진의 직격탄은 경쟁력도, 자본도 없는 영세 자영업자로 향할 수밖에 없다. 집값이 너무 올라 내수 회복이 어려워 장사가 안되는데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싼 이자로 대출을 해준다고 무슨 큰 소용이 있겠나!

한국 기업의 장부가치 대비 주가(PBR)는 다른 나라 기업에 비해 무척 낮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이 한국의 중요한 경제 현안이 됐다. 코리아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 주식의 수요가 부족한 게 결정적 요인이다. 주가도 가격이기에 주식의 수요와 공급이 결정할 수밖에 없고, 낮은 가격은 공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요 이외에는 설명이 안 되기 때문이다. 주식 수요가 낮은 이유는 주식보다 다른 자산으로 투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게 부동산이다.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라고 하더라도 주식보다는 아파트에 투자하는 게 위험이 낮고 수익률은 높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부침 없이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불패는 있어도 주식 불패는 없다. 결국 투자 수요를 주식시장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아파트 불패가 무너져야 한다. 하지만 널뛰면서 기는 주가에 반해 안정적으로 나는 집값에서 정부가 기업에 배당을 올리라고 강제한다고 밸류업에 무슨 큰 소용이 있겠나!

한국에서 부동산 정책은 주거 안정 대책 말고도 저출생 대책이고, 영세 자영업 대책이며, 밸류업 대책이다. 현 정부, 그리고 앞으로 들어설 정부 모두가 집값 인하를 국정 목표로 삼았으면 한다. 그래야 그나마 집값이 안정될 것 같다. 지금껏 모든 정권이 집값 안정만 외치며 실패했지, 인하를 부르짖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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