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슬로바키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에너지·과학기술, 방산 등 주요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군 현대화 사업과 원전 건설을 계획 중인 슬로바키아에 우리 기업이 진출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방한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로써 한국은 동유럽의 비셰그라드 그룹 4개국(슬로바키아·체코·폴란드·헝가리) 전체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첫 번째 총리 재임기인 2007년 방한한 피초 총리는 17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번 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국방 협력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지속하고, 사이버 안보 등에서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슬로바키아의 군 현대화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슬로바키아는 2035년까지 진행하는 자국의 ‘군 현대화 프로젝트’ 일환으로 한국의 FA-50 경공격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이날 ‘포괄적 에너지 협력 MOU’도 맺었다. 원전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수소 등 무탄소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피초 총리는 이날 첫머리 발언에서 “원자력 분야 협력에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준 윤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향후 한국과 원전 분야의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슬로바키아는 지난 5월 자국 원전 단지에 1200㎿ 원전을 신규 건설하는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양국은 이날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도 체결했다. TIPF는 관세를 뺀 포괄적 산업·투자 협력을 위해 맺는 통상 협정이다. 대통령실 측은 “이번 TIPF는 양국 간 무역, 투자를 확대할 뿐 아니라 에너지,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