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합성의약품 ‘아스피린’을 개발한 161년 역사의 제약사 독일 바이엘이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환자 편의를 중심에 둔 혁신 신약을 빠르게 출시해 ‘1등 제약사’(베스트 바이엘)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한국 법인도 변화의 물결에 합류했다. 블록버스터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고용량 제품을 아시아권에서 가장 먼저 허가받는 등 성과도 냈다.
이진아 바이엘코리아 대표(사진)는 30일 “올해 민첩한 조직으로 변신하기 위한 새 운영모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바이엘에 합류해 태국법인 대표 등을 지낸 그는 지난해 11월 바이엘코리아 대표로 취임했다. 1955년 바이엘코리아 법인 설립 후 한국인이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첫 한국인 대표 시대를 열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93억8060만달러(약 12조5000억원)를 올린 블록버스터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는 올해 1월 국내에서 특허가 만료됐다. 국내 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잇따른 데다 약가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바이엘코리아는 지난 4월 기존 아일리아 2㎎ 후속 제품인 8㎎ 제품을 허가받으며 시장 방어에 나섰다. 세계적으로 아홉 번째,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다.
‘환자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목표에 맞춰 영업·마케팅·의학부 직원이 한 팀으로 움직여 얻은 결과다. 그는 “투여 환자가 50대 이상이기 때문에 잦은 주사 치료의 불편함, 안구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항-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치료제 중 유일하게 투여 간격을 최대 5개월까지 늘려 치료 부담을 낮췄다”고 했다.
바이엘코리아는 지난해 만성 심부전 치료제 ‘베르쿠보’(성분명 베리시구앗)를, 올해 만성 신장질환 치료제 ‘케렌디아’(성분명 피네레논)를 잇달아 출시했다. 1년 반 동안 3개 신제품을 선보이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지난해 한국법인 매출이 1000억원을 넘으며 글로벌 지원이 확대된 데다 ‘민첩한 조직’으로 체질을 바꾼 게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바이엘은 과학과 지속가능성·혁신을 결합한 ‘서스테이노베이션’을 강조한다”며 “상사 결정보다 과학·혁신을 중심에 둔 의사결정 구조 조직으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신약 적용 분야를 다양하게 확대하는 것도 성과다. 케렌디아를 심혈관 질환 치료에 쓰도록 추가 임상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를 겸하며 기아 종식, 기후변화 대응, 양성평등 등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바이엘의 미래 동력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정밀의학, 항암 분야다. 파킨슨병 세포치료제 후보물질 ‘벰다네프로셀’ 임상 시험은 순항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직원과 소통하면서 성장동력을 마련한 대표로 남고 싶다”며 “‘바이엘이 만든 약과 제품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남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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