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만의 전투기를 개발하는 역사적인 흐름에 동참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공군시험평가단 제52시험비행전대 소속 정다정 소령은 30일 여군 최초의 KF-21 시험비행 조종사로 임명된 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KF-21은 한국이 자체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다. 여섯 대의 시제기로 개발시험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양산을 시작했고 2026년 실전 배치된다. 총 여덟 명의 KF-21 시험비행 조종사 가운데 여성은 정 소령뿐이다. 개발시험비행 조종사는 연구개발 중이거나 새롭게 개발된 항공기에 시범 탑승해 고난도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정예요원이다.
정 소령은 2005년 공군사관학교 57기로 입학해 2009년 공군 소위로 임관했다. 비행 훈련 과정을 거쳐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 전투조종사로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정 소령은 “막연하게 ‘하늘을 날면 참 멋있겠다’는 생각으로 조종간을 잡았지만 힘든 비행 훈련을 거치면서 군인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전투조종사로서 내가 지켜야 할 조국과 국민이 있다는 깨달음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조종사가 되고 1300시간 넘게 비행한 정 소령은 2019년 여군 최초로 개발시험비행 교육 과정에 선발돼 약 2년간 국내외에서 교육·훈련과 실무연수를 거친 뒤 시험비행 조종사 자격을 땄다. 해당 자격을 획득하면 교관 시험비행 조종사 동석 없이 단독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지난 8월 말 ‘KF-21 개발시험비행 자격’을 획득하고 지난달 첫 평가 임무를 완수했다. 정 소령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미련을 갖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한다”며 “한국형 전투기 개발 역사의 일원이 돼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투조종사 생활을 하면서 나타난 변화에 대해서는 “눈앞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정 소령은 “모든 조종사의 목표는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안전하게 복귀하는 것”이라며 “매사에 내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을 내리면서 판단력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군 생활 시절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묻자 “야간 비상대기 근무를 서던 중 출격 명령이 떨어져 초계비행을 한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추석 연휴 고속도로에 줄줄이 이어진 차량 풍경이 당시 날고 있는 긴박했던 밤하늘과는 대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소령은 이어 “찰나의 순간 옳은 결정을 내려 임무를 완수하는 능력이 중요한 직업”이라며 “실시간으로 비행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순발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말에 정 소령은 “본업에 충실해 성공적인 시험비행을 완수하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그는 “한국형 전투기가 개발되면 우리 공군의 요구를 만족하는 전투 장비를 제한 없이 만들 수 있다”며 “공군 전력 증강을 위해 시험비행 조종사로서 노력을 거듭하겠다”고 밝혔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