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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금투세 시행, 적절한 시기는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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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측은 현재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있어 증시 부양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예정대로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은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 이익이 발생하는 곳에 과세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양쪽이 다 맞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축구 경기라면 무승부로 사이좋게 끝날 수 있겠지만, 양쪽 손을 다 들어 줄 수 없는 상황이라서 골치가 아프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근거로 판단해야 할까.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심각한 증시 자금 유출이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는 2019년 11조원에서 2024년 115조원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주식에 미국 주식과 동일한 세금을 부과한다면 한국 주식의 매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주가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우려한 일부 국회의원은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당의 또 다른 의원은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풋옵션이나 인버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으냐며 금투세 시행을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보다 파생상품을 이용한 수익을 강조하는 시각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발언이다.

증권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면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자본 조달을 위해 주식을 발행하면서 암스테르담에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설립됐다. 당시 무역은 매우 위험한 사업이었기에 개인이 모든 자본을 부담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투자자가 자본을 모아 위험을 분산하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다. 동인도 회사는 투자자에게 배당금 지급과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제공했으며, 투자자에게는 주식 거래의 필요성이 생겨났다. 이런 배경에서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가 설립됐다.

주식시장은 기업이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로서 기능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성장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혁신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할 수 있다. 또한 주식시장이 활성화돼야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투자자에게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부의 재분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에서는 주식시장의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기업이 충분한 이익을 내고 있고, 미래에도 더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장부가 이하로 거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이 추가로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기업 성장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감소할 것이다. 정부로서도 법인세와 소득세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돼 국가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시 부양이 필요한 이유는 주식시장의 본질적 목적인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고,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기업이 자본을 유치해 성장하고,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 평가가 이뤄질 때 소액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채 소액 투자자의 투자 수익이 초점이 되고 소액 투자자에게만 과세가 안 된다면 문제가 없지 않으냐는 식의 생각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바른 처방이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 아픈 사람이 실려 왔다. 당장은 기력을 회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체중이 많이 나가니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당장 나가서 걸어야 한다고 하면 올바른 처방이 될까? 원론적인 처방이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 원론적인 처방이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상황이 응급실에 실려 간 환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소액 투자자의 단기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금투세가 언제 시행되면 좋을지는 굳이 콕 집어 얘기하지 않더라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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