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까지 이어진 폭염의 여파로 낙동강과 금강을 중심으로 녹조가 창궐하자 4대강 보 인근 녹조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도 적극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녹조 현상에 따른 해묵은 4대강 보 개방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환경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최근 ‘기후변화 조건에서 녹조 발생 저감을 위한 전 부처적 대책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2019년 설립된 물관리위원회는 국내 물관리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위원회는 낙동강 및 금강 유역 등 녹조가 자주 발생하는 구간을 대상으로 녹조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저감 방안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4대강 16개 보 정상화 계획을 밝힌 윤석열 정부 들어 녹조와 관련해 4대강 보 전수조사에 들어가는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용역비 4억원은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절반씩 공동 분담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조류경보제에 따른 녹조 발생은 세 단계로 나뉜다. 상수원 기준으로 녹조를 유발하는 유해 남조류(남세균) 세포가 mL당 1000마리 이상이면 ‘관심’, 1만 마리 이상이면 ‘경계’, 100만 마리 이상이면 ‘대발생’ 단계로 지정된다. 녹조는 남조류의 이상증식으로 수면 색이 녹색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지난 23일 기준 경계 단계가 발령된 4대강 구간은 낙동강 강정·고령, 칠서, 물금·매리 및 금강 대청호 등 네 곳이다. 한강은 횡성호, 영산강은 옥정호에서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통상 녹조는 8월에 기승을 부리다가 9월엔 거의 사라진다. 하지만 올해는 장마 이후 역대급 폭염이 이달까지 이어진 데다 내린 비의 양도 극히 적어 녹조 피해가 더 크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특히 위원회는 4대강 16개 보 개방 모니터링 자료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부터 4대강 보를 단계적으로 전면·부분 개방했다. 보 건설 이후 유속 감소로 녹조 등 환경오염이 심각해졌다는 환경단체 주장을 받아들였다. 보를 개방한다는 것은 용수 관리 등을 위한 보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다는 뜻이다.
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보 완공 후부터 지금까지 축적된 기상, 수리·수문, 수질·조류 및 보 운영자료를 모두 분석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 녹조 저감을 위해 댐·보 운영 대책의 조합 시나리오를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위원회가 녹조 핵심 원인 중 하나로 4대강 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는 보 개방으로 뚜렷한 녹조 개선 경향을 확인했다는 모니터링 결과를 잇따라 공개했다. 이는 물관리위원회가 4대강 보 해체 방침을 내놓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보 해체 계획은 백지화됐다. 환경부는 이전 정부 때와 달리 녹조는 폭염과 외부 오염물질 유입 등에 따른 것으로, 4대강 보 개방과는 관련이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4대강 보 개방을 놓고 정부 내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원회 관계자는 “용역 발주 관련 환경부와 사전 협의를 거쳤다”며 “보 전면이나 부분 개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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