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무작정 오래 사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도 아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백세 시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지만, 우리 주변에서 백 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어르신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백세 시대는 아직 구호일 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백 세까지 장수하는 삶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지금 5세가량의 어린이는 앞으로 백 세까지 사는 것이 평균이 될 것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과학자들은 2021년 ‘백 세까지 사는 것이 오늘날 태어난 모든 사람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노화를 연구하는 대다수 연구자도 오늘날 50세인 사람들이 백 세까지 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후 세대는 백이십 세까지 살 가능성이 더 큽니다.”
독일의 대표 시사지 슈피겔의 미국 수석 특파원이면서 실리콘밸리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토마스 슐츠가 노벨의학상 수상자, 암 전문의, 알츠하이머 전문가, 생명공학 연구자, 인공지능 연구가, 슈퍼에이저, 그리고 하이테크 기업 대표 등을 만나며 2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이다.
슐츠는 최근 독일에서 출간된 화제의 책 <생명 연장 프로젝트>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백 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대’의 확실한 개막을 선언한다. 바이오 해킹, 블록버스터 약물, 뉴럴 링크 등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일들이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너무 과감해 무모하다고까지 여겨진 생각과 도전이 현실이 되고 있다. 저자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시대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생명 연장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할 건강 양극화 등의 문제점과 새로운 도전에 관해서도 소개한다.
나이가 들면 몸 이곳저곳에 문제가 생기고 활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우리는 ‘노화(老化)’라고 부른다. 노화에는 예외가 없으며 모든 생명체가 겪어야만 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최첨단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노화를 다르게 해석한다. 노화가 자연현상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관점이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한 명이면서 지난 30여 년 동안 노화와 유전에 관해 연구한 미국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노화는 질병’이라고 선언한다.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은 노화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고, 감기 환자에게 감기약을 처방하듯 노화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식이요법과 운동이 세포 노화 및 분자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체중 감량을 위해 개발된 블록버스터 약물이 암이나 심장병 또는 알츠하이머 치료에 정말 도움이 될까? 소위 ‘회춘 약물’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자들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바이오 해킹과 뉴럴 링크 등의 신기술은 인간 삶의 질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다가오는 ‘백 세 이상 사회’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등 책은 놀랍도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최첨단 의학 분야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대해 답한다. 아울러 최첨단 과학기술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을 제안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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