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강성두·김광일)가 회사에 있는 한 중국엔 절대 팔지 않겠습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이 경영권을 획득한 이후에도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27일 강성두 영풍 사장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BK와 영풍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중국 등 해외에 고려아연을 매각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저와 MBK 김광일 부회장이 약속했는데, 우리가 회사에 존재하는 한 고려아연을 중국에는 안 팔 것"이라고 밝혔다.
강 사장은 전일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재차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는 "추가 인상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MBK가 부담하는 것이라 제가 답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과대평가 돼 있다는 지적에는 "주가가 한 번도 가지 못한 저 너머의 가격에 공개 매수가가 설정돼 있다"면서도 "다만 오버밸류된 가치로 고려아연을 인수하겠다는 뜻은 장래에 경영권을 갖고 왔을 때 그 이상의 가치있는 회사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봐달라"고 주장했다.
영풍 "고려아연 주가 오버밸류 맞다…향후 매각땐 100만원 이상 갈 것"
강 사장은 "방어해야 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입장에서는 대항 공개 매수를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저희는 경영권을 갖는 주식을 파는 것이지만 고려아연은 경영권을 줄 수 없다. 고려아연의 주식을 비싼 가격에 사서 더 비싼 가격에 사줄 사람이 과연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항 공개 매수는 최 회장의 권리이니 이래라저래라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최 회장이) 불법 요소가 있는 일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 사장은 지난 24일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MBK파트너스에 경영권이 넘어가면) 우리 핵심 기술인력들은 전원 사직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이직하면 결국 중국 밖에 없지 않나. 결국 최윤범 회장을 따르겠다는 말"이라면서 "회사를 사랑하면 회사에 충성해야지, 왜 최 회장 개인에 충성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24일 고려아연 측 기자회견에서 이제중 부회장이 장형진 영풍 고문을 두고 "사람을 머슴처럼 부린다"고 지적한 것 관련 "(이제중 부회장이) 그런 말까지 하게 된 데에는 뭔가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저는 노코멘트하겠다"라고 답했다.
오는 10월 7일 시작하는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최윤점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증인으로 소환된 가운데 장 고문의 실제 출석 여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강 사장은 "장 고문이 2015년 영풍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에서 손을 뗀 만큼 장 고문이 참석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저를 증인으로 불러주면 제가 가서 설명드리겠다"고 했다.
"머슴 부리듯 하는 장형진" 지적엔 '노코멘트'…"국감 출석은 저를 대신"
이날 강 사장은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성립이 안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고려아연이 MBK·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 상향을 '묻지마 빚투'로 규정한데 대한 반박이다.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고려아연의 서린상사 이사회 독점, 정광 공동구매 중단,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이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영풍 죽이기"라는 의도로 해석하고 "고려아연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냐"고 했다.
"고려아연 최윤범, 석포제련소를 지구상에서 없애려해"
강 사장은 "근면·성실·인화라는 양사의 동업 정신이 담긴 사훈의 의미를 먼저 깬 것은 최윤범 회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 회장이 영풍의 석포제련소를 지구상에서 없애려 한다"면서 "절박한 심정에 고려아연 측 공격에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고려아연의 재무상태가 위험 신호라고 판단했고 이대로 가면 향후 10년 후에는 빈 껍데기만 남은 회사가 될 것 같았다"며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지배권 강화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에 나서고자 한다"고 했다.
MBK파트너스를 파트너로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직접 자금을 동원해 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었지만 그럴 경우 자칫 영풍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장씨와 최씨의 경영권 쟁탈전처럼 보이는 것도 원치 않았다. 여러 대안을 고민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철금속 제련업 세계 1위인 고려아연은 몇몇 집안이 경영을 나눠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면서 "글로벌한 경영능력, 감각, 비전을 갖춘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MBK파트너스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