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같은 느낌입니다."
배우 장동건이 '보통의 가족'을 통해 6년 만에 극장가로 돌아왔다.
26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장동건은 "오랜만의 영화라 떨린다. 제 개인사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저 혼자만의 영화가 아니라 분위기도 좋은 데 영향을 끼칠까 조심스럽고 걱정되는 마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장동건은 2020년 절친인 주진모의 휴대전화가 해킹되면서 사적인 대화 일부가 유출해 구설에 올랐다. TV 프로그램에는 지난해 얼굴을 비췄으나 영화는 2018년 '창궐' 이후 6년 만이다.
'보통의 가족'에서 장동건은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재규 역을 맡았다. 장동건은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된 후 겪는 재규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영화의 몰입감을 높였다.
시사회 직후 호평이 이어진 것을 보고 장동건은 "안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의미 있고, 좋은 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영화의 패권이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는 데 그런 점에 있어서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토 영화제에서 관객 반응이 좋아서 안도했고, 해외영화제에서 평가를 들으면 한국에서만 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장동건은 "외국 관객은 자막으로 보지 않나. 해외에서도 나라와 문화 사이 이 상황에 공감하는구나 생각하고 안도했다. 하지만 한국어로 한국 관객에게 뉘앙스까지 전달됐을 때 더 정확하게 느낌을 받아들일 테니 여전히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장동건은 앞서 시사회에서 "법정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오랜만의 영화이기도 하고 최근작들이 좋은 평을 잘 못 받아서 그런 것에 목마름이 있다"며 "대기실에 있다가 상영관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런 느낌이 들더라"라고 설명했다.
장동건은 이 작품을 통해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그 점이 되게 좋았다.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 이런 역을 많이 해본 적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재규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 것 같았다. 나를 캐릭터에 많이 투영해 볼 수 있을 것 같더라. 자식을 키우고 있으니 이들의 심정이 이해 가더라. 잘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적인 선함이 아닌 내면의 선함을 끄집어낼 수 있는 캐릭터라 굉장히 깊게 생각했다. 특히 약간의 비겁함과 지질함이 있어 굉장히 좋았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장동건은 '보통의 가족' 속 재규를 연기하며 속이 시원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전형적인 것을 많이 연기했다면, 재규는 실제 제가 느끼고 내면에 있었던 부분을 끄집어내려고 했다"며 "부끄럽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지점일 수 있는데 연기를 하고 후련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선 굵은 연기로 대중을 만났던 장동건은 취향이 반영됐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20~30대에는 허세와 그런 게 좀 더 멋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에 누아르를 정말 좋아해서 그런 취향이 반영됐었다. 그런 영화들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 그래서 그때도 이런 작품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장동건의 대표작은 20년 전 개봉된 '태극기 휘날리며'다. 이런 지적에 대해 장동건은 "영화는 관객들의 것이니 떠난 순간 자식 같다. 만든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허진호 감독과 전작을 할 때 같은 입장이었다. 언제까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가 대표작일 거냐고. 새로운 대표작을 만들자고 으쌰으쌰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허 감독은 그 이후 '덕혜옹주', '천문' 하셨는데 저는 프레셔라기보다 고민이 있었다. 나의 어떤 면모들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라는. 당시엔 제가 저에 대한 새로움을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보는 사람이 새롭지 않을 거라고 지금에 와서야 느낀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낯섦에 도전하고 이를 극복할 용기가 있을 때 새로움과 신선함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그게 좀 부족한 거 아닐까란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장동건은 그래서 '보통의 가족'을 관객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시작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연기할 때의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 기존의 영화들은 무언가를 제가 아닌 거에서 가지고 와서 붙여서 만들었다면,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 표현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거의 처음이었다"고 강조했다.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소설 '디너'를 뼈대로 하고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이 '천문: 하늘에 묻는다'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오는 16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