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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 키우면 세금 내라?” 7가지 논쟁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세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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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여부는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등 찬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이는 2020년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포함됐지만 당시 거센 반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사안이다. 이번에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다시 검토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으나 민간위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정책적 대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려동물 보유세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그는 2022년 대선 당시 반려동물에 일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단순히 과세라고 생각해 반발하기에는 유실·유기동물 문제가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의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다.

반려동물 인구가 2000만 명에 달하고 관련 산업이 8조원 규모로 성장한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세금 부과 논의를 분수령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제도적 변화는 물론 사회적 인식이 변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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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우연히 한 마리의 개를 만났다. 생명을 키운다는 건 크나큰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귀여움’ 공격에도 잘 버티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운명으로 인해 개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속수무책이었다.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오롯이 나만 쳐다보고 나만 담는 생명은 난생처음이었다. 이런 말이 좀 그렇게 들리겠지만 부모·연인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순도 100%의 조건 없는 사랑이었다.

개의 세계는 완전히 또 다른 세상이었다. 키우지 않았을 땐 전혀 몰랐던 것들이 보였다. 시골집에 갔을 때 일이다. 함께 사는 개와 똑같은 품종의 다른 아이가 밖에 묶여 지내고 있었다. 1년 전엔 그저 귀여운 개였는데 그 아이는 밖에서 자고 우리 아이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이불 덮고 잔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개의 세상에는 ‘개팔자가 상팔자’인 개들도 있지만 1m 줄에 묶인 개와 철창 안에 갇힌 개, 길 위를 떠돌아다니는 개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라지지 않는 부채감에 유기동물을 위한 후원을 하고 봉사를 시작했다.

사회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이 사각지대에는 수많은 개인의 시간과 비용이 쓰이고 있다. 종종 사회문제가 되는 ‘캣맘’도 그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의 동물 구호 활동이 깨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동물의 복지가 일부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그러던 중 다시 세금 논쟁이 불붙었다. 일명 ‘반려동물 보유세’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2020년에 처음 등장한 주제인데 당시에는 반발이 거세서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가 다시금 도입 효과와 방식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 등의 문제는 물론 반려동물과 관련된 정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세금이 법제화됐다. 흔히 반려동물의 선진국으로 독일을 꼽는데 독일은 지자체에서 개의 수를 제한하기 위해 세금 제도를 운영한다. 개를 많이 키울수록 많이 내는 구조다. 첫 번째 개는 연간 90~186유로, 세 번째 개는 최대 350유로까지 낸다. 맹견을 키우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도 비슷하다.

아일랜드는 독특하다. 매년 갱신하는 등록증을 20유로에 구입하거나 140유로의 평생등록증을 구입하는 형태다. 개를 키우기 위해선 반드시 등록증이 필요하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다. 대신 동물보호협회에서 입양할 경우 1회 면제권을 주고 중성화 수술을 하면 비용을 줄여준다.

저마다 입장차가 있겠지만 다시 불붙은 세금 논쟁이 어쩐지 반갑기까지 하다. 2022년 기준으로 반려인이 1500만 명, 이제는 20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이 개인적 선택일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관련해 첨예하게 엇갈리는 주제들 앞에서 멈칫하게 된다. 우리는 반려동물세를 낼 준비가 되어 있는 걸까.


#. 반려동물은 물건이다?
우리나라에서 논의 중인 세금의 이름은 ‘반려동물 보유세’다. 아직 도입된 것도 아니니 확정된 명칭은 아니다. 보유세를 비롯해 등록세, 양육세까지 광범위하게 검토 중이다.

보유세는 어쩐지 반감이 생긴다. ‘가지고 있거나 간직하고 있음’이란 뜻인데 보유하다의 주어는 대부분 물건이니까. “나는 개를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 보유에 매기는 세금의 명칭도 그저 ‘자동차세’인데 반려동물은 보유세라니.

선진국에도 ‘반려동물 세금(PET TAX)’이 있다. 공식 명칭은 저마다 다르지만 대개 양육세 또는 등록비라고 부른다. 독일의 경우엔 ‘Hundesteuer’, 직역하면 ‘개세(금)’로 번역된다.

이 세금은 반려동물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세금이지만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보유세(ownership tax)라는 용어 대신에 반려견세와 같은 특정 명칭을 사용한다. 자동차세, 부동산세처럼 그냥 고유명사 뒤에 세금이다. 세금을 부과하는 어느 곳에서도 보유세란 명칭은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나라 관련법에 따르면 보유세란 명칭은 (아직까지) 타당하다. 현행 민법상 반려동물을 포함한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민법 제98조에 근거하며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되어 인간이 소유하고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동물의 법적 지위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반려인 2000만 시대, 학대와 유기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동물보호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을 법무부가 직접 발의했지만 결국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민법 개정안에 대해 기존의 사람·물건이라는 이분법적 체계에서 사람·물건·동물이라는 삼분법적 체계로 변경할 경우 ‘물건’ 개념의 법체계에 큰 혼란을 일으킬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개정안은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논의가 끝난 것은 아니다. 법률전문가들은 독일의 경우 동물의 물건성을 폐지해도 큰 혼란이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동물보호 이념을 명확히 하며 후속 입법 등 논의를 가속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22대 국회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6월엔 박희승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12인의 국회의원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물권에서는 해당 조항이 선언적 규정에 그칠 수 있으나 이로 인해 동물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이루어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획득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한국에서는 ‘애견’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반려견’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했다. 이는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단순한 애완동물(소유물)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상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법적으로 단어를 강제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도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에선 반려동물을 아예 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애완동물 논쟁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물을 물건으로 볼 수 없는 단계에 다다른 것은 아닐까.
#. 시설이 없는데 혜택이라니?
다시 세금 논쟁이다. 8년째 개를 양육하는 우리 가족 모두는 개를 반려견으로 인식하지만 세금 문제만큼은 각자의 입장이 다르다. 우리 사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의견이 다르고 반려인 내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엇갈린다.

세금 논쟁이 첨예한 이유는 세금에는 세금을 부과하는 근거와 그에 따른 정당성, 즉 ‘과세 논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세를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기동물의 수를 줄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정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두 가지 주장은 왜 갈등을 빚는 걸까.

조금은 지루하지만 세금 문제를 이해하려면 과세 논리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과세 논리에는 두 가지 주요 원칙이 있다.

첫째는 세금은 그 세금으로 제공되는 공공 서비스나 혜택을 받는 사람에게 부과되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Benefit Principle)이다. 도로나 공공시설 사용료가 해당된다. 자산을 소유함으로써 공공서비스나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한 비용 부담을 정당화하는 것도 이 원칙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소유자는 그 부동산이 위치한 지역의 도로, 공공시설, 치안 등 공공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이러한 공공서비스가 자산의 가치 유지 또는 상승에 기여한다고 보기 때문에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그에 대한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둘째는 세금은 납세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과되어야 한다는 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Ability-to-Pay Principle)이다. 소득이 많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소득세나 부동산세가 이 원칙에 기반한다.

반려동물 보유세가 부과된다면 그 과세 논리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부합할 수 있다. 반려동물 소유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서비스 비용을 충당한다는 논리다. 반려동물 소유자는 반려동물과 함께 공공장소를 이용하거나 반려동물 관련 시설 등을 이용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공공 비용을 반려동물 소유자가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지이다. 여기엔 반려동물 배설물 처리나 안전사고 예방 등 공공장소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포함된다.

독일의 경우도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개세가 부과된다. 고양이세가 없는 이유도 이와 같다. 집안에서 키우기 때문에 개처럼 산책을 하며 배설물 처리나 기타 공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 역시 산책을 하지 않고, 집안에서만 몰래 기른다면 개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동물복지법에 의해 반려견 산책이 의무이기 때문에 원칙상 불가하다).

한국에서 당장 이 원칙을 적용하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반려동물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건축공간연구원의 유예슬 연구원이 2023년 펴낸 ‘반려동물 양육인구 증가에 따른 공공공간 조성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 국내 반려동물 관련 공공공간은 123개소다. 1개소당 약 2만5000여 가구가 이용한다. 실제 ‘반려견 공원’은 한국 사회에서는 기피시설에 가깝다. 지난 4월엔 전남 무안군에서 반려견 공원을 조성하려다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혐오시설’이란 이유였다. 무안군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유 연구원은 “반려동물 관련 공공공간은 법적 규제와 주민 민원 문제를 고려해 주로 도시 외곽지역의 공원 등 자연녹지지역, 개발제한구역에 조성되며 기피시설에 인접해 입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규모 또는 임시 시설이 과반이며 매우 열악한 상황에 있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이용 가능한 일반 근린공원에서도 반려견과 반려인의 설 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전국 각 지자체에는 반려견의 근린공원 출입금지를 요청하는 민원이 잇따르며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유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일반 근린환경을 반려동물 친화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의 인식 개선과 펫티켓 준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금을 통해 반려동물 관련 문제를 해결한다는 논리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부합한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공공서비스나 혜택이 실제 반려인에게 함께 제공되어야 세금 부과에 따른 반발도 줄어들 것이다.
#. 검색어 1위는 ‘공짜’ 반려동물?
납세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 조세 원칙이 성립한다면 반려동물을 보유한 것이 일정한 경제적 능력을 나타낸다고 보아야 한다. 즉 반려동물을 소유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그에 따른 세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다는 논리다.

통계로 보면 그 말은 맞는 듯하다. KB경영연구소는 2년마다 반려동물 실태조사를 진행하는데 지난해 펴낸 자료에서 반려 가구의 월평균 총양육비는 15만4000원, 2년간 반려동물에 쓴 평균 치료비는 78만7000원이라고 밝혔다.

비반려인의 숨만 쉬어도 드는 비용에 반려인은 해당 비용을 추가해야 하니 단순하게 비교하면 반려동물을 보유한 것이 일정한 경제적 능력을 나타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평균에는 함정이 있다. 포털 네이버에 강아지를 검색하면 마주하는 첫 연관 검색어는 ‘무료 분양’이다. 연관 검색어는 이용자의 검색 추이와 연관도에 따라 설정되기 때문에 네이버 이용자의 다수가 무료 분양 검색에 관심을 보였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미국은 다르다. 미국 현지에서 ‘DOG’를 구글로 검색하면 첫 연관 검색어는 강아지 푸드(음식) 또는 강아지 브리드(사육)가 나온다. 현지에서 네이버로 검색해 봐도 ‘무료’ 또는 비용에 대한 검색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에서는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주요 경로가 동물보호소와 브리더(사육자)다. 미국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할 경우 평균적으로 50달러(약 6만원)에서 300달러(4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브리더를 통한 입양비용은 평균 1000달러(133만원)에서 3000달러(400만원)에 이른다.

반면 한국에서는 무료 분양이 더 일반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인에게 무료로 분양 받음’(41.8%)이 가장 많았고 ‘펫숍 구입’(24.0%), ‘동물보호시설(지자체+민간)에서 입양’(9.0%)이 그 뒤를 이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반려견 분양은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이 지속되고 있다. 옆집에서 개가 새끼를 낳으면 받아와서 키우는 관행 말이다.
#. 푸들방·몰티즈방이 있다?
‘푸들방’, ‘몰티즈방’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까. A시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3일 후면 수십여 마리의 개들이 안락사에 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호소에 달려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다. 반려견 가구가 가장 선호하는 견종인 몰티즈(국내 양육 비중 25.9%), 푸들(21.4%)은 유기 수가 너무 많아서 아예 한 방에 몰아 별도 관리하고 있다는 소장의 귀띔이었다.

‘길이 60X너비 40X높이 51’짜리 철망 격리장을 가로세로로 층층이 쌓아두고 그 하나하나의 격리장에 푸들과 몰티즈를 넣어둔 감옥, 그게 바로 푸들방·몰티즈방이었다.

실제 한국의 반려동물 유기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만큼 그 수가 늘고 있다. 한 해 유실·유기동물 수가 10만 마리를 넘어선 상황이 2017년 이후 5년째 계속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반려동물 세금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은 유기된 반려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반려동물 소유자가 책임짐으로써 유기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한국 입양 문화에서는 무료 분양의 비중이 높은 만큼 세금을 매기면 반려동물 입양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논지다.



실제 유기동물 수가 증가하는 데는 무료 분양 문화와 더불어 손쉬운 입양 문화가 한몫했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입양 결정까지 1개월이 걸리지 않은 가구는 65.5%다. 이 중 27.1%가 단 하루 만에 입양을 결정하고 당일에 반려동물을 데려왔다.

개의 평균 수명은 약 10~13년, 최근에는 15~20년까지 길어졌는데 이들을 데려오겠다는 결심은 단 하루에 그쳤다. 반려동물을 기를 수 없다고 버리는 행위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금지되지만 해당 법령을 아는 반려가구는 55.3%, 절반에 불과했다.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양육 준비가 ‘충분했다’고 생각하는 반려가구는 전체의 28.4%에 불과했고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9.7%나 됐다. 스위스나 독일에서는 반려인 자격시험을 도입해 실시할 만큼 ‘자격’을 따진다. 한국에서는 어떠한 교육 없이도 하루 만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도 ‘공짜’로.

파양도 손쉬웠다. 반려동물 양육자의 18.2%가 양육 포기를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파양의 이유는 짖음 등 행동문제(45.7%), 예상 외 지출 과다(40.2%), 이사·취업 등 여건 변화(25%)였다.

기분만 낸 입양의 결과는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왔다. 국내 동물보호센터 시설은 총 228개소로 이 중 71개소는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고 나머지 157개소는 위탁 운영 중이다. 동물보호센터 인력은 총 984명으로 한 해 373억8512만원이 쓰인다. 전년 대비 79억1000만원(26.8%) 늘어난 규모다. 국세수입의 0.01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국세의 0.011%가 쓰이고 있지만 유기동물이 워낙 많다 보니 보호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228개의 보호소조차 격리공간 부족으로 안락사율, 자연사율이 답보하거나 증가해 전체 사망률이 증가하는 게 현재 한국 유기동물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막고자 개인의 비용도 막대하게 투입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동물보호단체인 카라 한 곳의 2023년 수입만 64억8910억원이니(지출도 64억원이다) 전국 각지의 사설보호소와 비영리보호단체, 개인구조활동 등에 들어가는 법인·개인의 후원금은 국세 374억원을 뛰어넘고도 남을 것이다.

유기동물 문화의 특성상 비반려인보다는 반려인의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을 터이니 이미 수많은 반려인들이 유기동물 증가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떠안고 있는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 도심 한복판 ‘들개 주의보’ 발령?
그런데 이 문제가 비단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만의 문제일까. 올해 초 부산에서는 공원 산책 중인 시민이 들개 공격을 받아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청룡산 산책로에서는 들개가 행인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서울시는 시내 산속을 떠도는 개들이 약 200마리 정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제주도 한라산 자락은 대표적인 들개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약 2000마리가 해발 200~600m의 한라산 자락에서 살고 있다.

한라부터 북악까지 사실상 전 국토가 ‘들개 주의보’다. 도심도 들개 피해에서 안전하지 않은 건데 지자체마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심이다.

들개가 발생하는 1차 원인은 유기와 방치다. 유기된 개가 반드시 야생화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들개를 1세대와 2세대로 구분한다. 원래 사람의 반려견이었다가 거리로 내몰린 유기견을 1세대로 본다면 이 유기견이 낳은 강아지가 야생에서 성장해 2~3세대 들개가 된다. 2~3세대 들개들은 사람과 접촉 경험이 없어 경계심과 공격성, 사냥 본능이 강한 특성을 띠면서 가축은 물론 인명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야생화된 들개가 무리 지어 공격성을 보일 경우 건장한 성인 남성도 쉽게 대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들개가 늘어나지 않도록 개체수를 조절하는 대책이 필요한데 포획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 개의 출산은 평균적으로 4~6마리이지만 많게는 10여 마리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중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들개 사고, 공공 안전 문제 등은 비반려인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황원경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비반려가구와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반려가구는 반려동물 양육 관련 법과 제도를 준수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비반려가구의 경우에도 반려동물과 반려가구에 대한 포용의 자세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반려가구와 비반려가구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기관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금이 문제 해결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지만, 그 노력이 단순히 ‘세금’의 도입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 유명무실 법제도?
무엇보다 선제되어야 하는 건 사회적·제도적 인식의 변화다.

우선 법부터가 유명무실하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2개월령 이상 된 반려견은 반드시 동물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쉽게 말해 동물등록을 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뜻이다(고양이 등록은 자율 선택이다).

동물등록제는 2014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해 올해로 11년을 맞았다. 그런데 여전히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반려인이 태반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개·고양이의 개체수는 328만6000마리(개 327만3000마리)다. 1년 전에 조사한 가구 내 반려동물 수가 799만 마리, 개만 셈해도 545만 마리이니까 ‘최소’ 25%의 반려견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올해 조사한 동물등록제 인지도조차 63.6%에 불과했다. 필수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반려인의 반은 알고 반은 모르는 제도다.

제도의 맹점도 있다. 한국 유기견의 절대다수가 읍·면에서 발생하는 흔히 말하는 시골개이거나 상업적으로 소유하는 개들인데, 이들은 등록 대상이 아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주택 및 준주택에서 기르는 개, 주택 및 준주택 외의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만이 등록 대상이다. 이마저도 육지와 연결되지 않은 도서(島嶼)지역, 읍·면 지역은 동물등록 업무를 대행할 이가 없어 지자체가 동물을 등록하지 않을 수 있는 지역으로 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세, 소유자 교육 제도 등 선진관리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등록 제도의 정착이 필요 조건이라고 조언한다. 영국에서 펫 택스가 18세기 말부터 논의 및 실행되었으나 실패한 이유는 이 동물등록제가 유명무실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동물보호연대의 강지영 대표는 “동물등록 여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단속 수단의 부재로 유기·유실 동물의 대부분이 미등록 동물”이라며 “등록 의무 미해당 지역의 유기·유실 동물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지금의 동물등록 제도에서 더 나아가 시민사회 주도의 등록 제도화로 후속 제도가 정착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동물보호법상 인식표 착용의무와 동물등록 의무를 결합해 공인 인식표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벌금을 물리고 이를 신고한 시민에게 포상하는 방식으로 제도화하면 시민사회 주도로 동물등록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방안이다.

그는 “향후 세금을 도입했을 때 동물등록을 우선한 이들에게 면제 혜택을 주거나 유기동물을 입양한 이들에게 세금을 면제하는 혜택을 주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세수 부족의 대안?
마지막 논쟁은 세수다. 세금이니까, 당연히 따라오는 문제다. 더욱이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이 예산 대비 30조원 가까이 부족할 것이라는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반려동물 과세 논의가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농식품부가 주도하는 '동물 복지 종합 계획'은 5년마다 수립된다. 지난 2019년에 '2020~2024년' 계획 수립을 마련했으며, 이제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2025~2029년)을 수립할 차례다. 따라서 세수 부족과 반려동물 세금 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억측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세금 문제는 철저하게 목적세로 쓰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걷힌 세금이 정부의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일반세와는 달리 목적세는 특정한 용도로만 사용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즉, 반려동물 관련 세금이 단순히 국가 재정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 복지, 관리, 보호 등에만 사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 반려동물 시장도 산업화?
사회와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미 산업은 고도화된 지 오래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2000만에 육박하면서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과 고급 서비스가 주도하는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2년 62억 달러에서 2032년 152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펫 시장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소꿉놀이에서 글로벌 사모펀드와 굴지의 대기업 등이 가세한 전쟁터로 변모했다.

그러나 이러한 급성장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간과하고 있는지 모른다. ‘한국식 산업화’는 급속한 성장을 이룩한 대신에 한국 사회에 짙은 그림자를 남겼다. 어쩌면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도 한국식 산업화를 뒤따라가는 것은 아닐까. 반려인이 2000만에 육박하고 반려동물이 800만에 가까워진 시대, 그 이면에는 무책임한 반려동물 소유와 유기동물 문제가 남았다. 문제 해결의 한 방안으로 떠오른 게 반려동물 세금이다. 하지만 단순히 세금을 부과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까.

전문가들은 세금 부과 논의를 분수령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제도적 변화는 물론 사회적 인식이 변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동물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 사회의 유실·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제는 등록제도 개선과 함께 다각도로 대책을 세워 단계적으로 반려동물 세금 문제를 실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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