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을 겪는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이 현금 마련 경쟁에 나섰다. 영풍이 3000억원을 MBK파트너스에 지원한 데 이어 고려아연도 기업어음(CP) 발행으로 4000억원을 긴급 조달한다. 고려아연이 자본시장에서 차입 거래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23년 만이다. 운영 자금 마련용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지만 일각에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실탄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CP를 4000억원어치 발행한다. 지난 24일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200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다음주 KB증권을 주관사로 2000억원어치를 찍는다.
24일 발행한 CP 만기는 6개월로 금리는 연 3%대 중후반 수준이다. 이 회사의 CP 신용등급은 단기신용등급 가운데 최우량인 ‘A1’으로 평가됐다. 고려아연이 자본시장에서 차입 거래로 자금을 조달한 것은 2001년 회사채 300억원어치를 찍은 뒤 23년 만이다.
고려아연이 모처럼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해 6월 말 현금성 자산만 2조1277억원에 달해서다. 같은 기간 차입금은 1조4107억원으로 순현금(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제외한 금액)은 7170억원이다. ‘곳간’이 넉넉한 상황에서 굳이 차입금을 조달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MBK파트너스·영풍이 지분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인 만큼 경영권 방어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고려아연에 이어 MBK파트너스도 영풍을 통해 3000억원을 마련한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다음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주당 66만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공개매수 자금으로 1조9964억원이 필요하다. MBK파트너스는 NH투자증권 대출 등으로 이 자금을 모두 마련한 바 있다. 이번에 3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하면서 자금력을 고려아연 측에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공개매수가를 인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회사가 보유한 2차전지 소재인 전구체 가공 기술에 관한 국가 핵심 기술 판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MBK파트너스·영풍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기 위해서다. 국가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은 정부 승인을 받아야만 외국 기업에 매각될 수 있다.
매각으로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어서다.
김익환/장현주/오현우 기자 lovepe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