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나 근로자가 사실상 직접 운용해온 퇴직연금을 기금화한 뒤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로 국민연금공단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여야가 추진한다. 퇴직연금의 중도 인출을 제한하고 수익률을 끌어올려 노후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투자업계는 그동안 민간 사업자가 400조원 규모로 키워놓은 퇴직연금 시장마저 국민연금이 장악하면 운용업계는 고사하고 자본시장에 국민연금만 남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수영 의원은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퇴직연금을 기금화해 국민연금공단에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에 찬성한다”며 “연금특위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소득대체율을 높일 방법이 묘연하다”며 “퇴직연금의 중도 인출 비율을 낮추고 수익률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역시 당 연금특위 소속인 안상훈 의원(전 대통령실 사회수석)도 “당론은 아니지만 특위에서 거론되는 아이디어”라며 “개인적으로는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연금특위는 25일 고용노동부 실무자 등을 불러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앞서 고용부도 이같은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먼저 나왔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민연금이 100인 초과 사업장의 기금형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권은 ‘패닉’에 빠졌다. 그동안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민간 업체가 힘들게 쌓아놓은 수탁액이 상당 부분 국민연금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메기가 들어오면 민간이 어떻게 살아남겠냐”며 “민간 업체들을 고사시키고 사적 연금을 공적 기금화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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