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설계 전문 기업 퀄컴이 한때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한 인텔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방위 사업 확장에 나선 퀄컴이 서버·PC용 칩 개발에 능한 인텔을 인수해 ‘AI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기술 혁신에 힘쓴 퀄컴과 안정을 택한 인텔의 경영전략 차이가 두 반도체 기업의 운명을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퀄컴이 인텔 인수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퀄컴이 인텔 일부 사업부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이달 초 로이터 보도에서 더 나아가 인텔을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이다. M&A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퀄컴은 1985년 설립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판매가 주력 사업이다. 블루투스, 와이파이(WiFi) 등 무선통신 관련 표준 특허를 활용한 라이선싱(특허 사용권을 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통신용 반도체에 주력하던 퀄컴이 인텔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AI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퀄컴은 AI 시대를 맞아 자율주행차, 확장현실(XR) 기기, 공장 자동화 기계 등 첨단산업용 AP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AI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는 서버용 반도체 개발 노하우를 보유한 인텔을 인수하면 단숨에 미국을 대표하는 ‘AI 반도체 종합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인텔의 시가총액(933억8000만달러)이 10년 이상 이어진 경영 패착으로 퀄컴(1881억70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낮아진 것도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황정수 기자/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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