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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스코다, K원전 유럽진출 전진기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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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가 체코에 설립한 터빈 제조사 두산스코다파워를 유럽 원자력발전 수주의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 체코뿐 아니라 유럽 여러 나라가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쏟아내고 있는 만큼 현지 거점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2009년 두산에너빌리티 손에 들어온 두산스코다파워가 그동안의 부침을 털고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2일 두산스코다파워에 발전기 기술을 이전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엔 두산스코다파워 엔지니어들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창원 발전기 공장을 찾아 체코가 넘겨받을 기술과 생산 가능 여부 등을 논의했다. 발전기는 터빈의 회전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발전소에서 핵심이 되는 기기다. 두산스코다파워는 현재 원전용 증기 터빈만 만드는데, 기술 이전이 완료되면 2029년부터 소형모듈원전(SMR), 복합화력 등 다양한 발전소용 발전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의 승리를 이끈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체코 기업이 만든 증기 터빈이 원전에 들어간다’는 점이 현지인 정서를 움직였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에도 한국에서만큼 부품을 배에 싣는 것보다 두산스코다파워를 활용하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다. 체코에서 만든 부품을 장착하면 그만큼 운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두산스코다파워는 그동안 체코, 슬로바키아, 핀란드 등에 증기 터빈을 모두 540기 공급한 만큼 기술력이나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부담이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두산에너빌리티는 폴란드, 루마니아,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등 유럽에서 쏟아져 나올 차기 원전 수주전에도 두산스코다파워를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체코 주요 경제지 e15는 “두산스코다파워의 강점은 경쟁사보다 유연하게 고객 요청에 따라 설계를 변경해준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9년 8000억원을 들여 스코다파워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3대 핵심 설비인 보일러, 터빈, 발전기 분야 원천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 하지만 발전 시장 침체 여파로 2014년 4400억원에 달한 두산스코다파워 매출은 2021년 2109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빚 부담이 늘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가운데서도 두산스코다파워를 내치지 않고 버텼다. 결국 작년부터 발전 시장이 살아나며 두산스코다파워도 제 몫을 하기 시작했다. 두산스코다파워 수주액은 2022년 2902억원에서 지난해 4827억원으로 66.3% 증가했다. 체코 원전을 따낸 올해 수주액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원전 사업은 건설부터 상업 운전에 가동 연장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100년짜리 프로젝트”라며 “두산스코다파워에 기술을 이전해 원전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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