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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발차기에 '환호'…올리비아 로드리고, 무대보다 좋은 놀이터는 없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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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포문을 연 시원한 발차기는 'MZ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2시간을 꽉 채워 보여줄 에너지에 대한 예고편과 같았다. MZ들의 워너비로 꼽히는 21세 아티스트는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무대를 누볐다.

돌출무대까지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밝고 힘찬 기운을 분출하다가 돌연 매혹적인 뱀파이어로 변했고,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 치명적인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던 그는 일렉트릭 기타를 둘러메고 강렬한 록스타로 변신하기도 했다.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자유분방하고 당찬 에너지는 말하고 있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에게 무대보다 좋은 놀이터는 없다고.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지난 20~2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거츠 월드 투어(GUTS World Tour)'를 진행했다. 로드리고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대 스크린에 띄워진 영상 속 촛불이 하나씩 꺼지고 힘 있는 드럼 사운드와 공연장을 빈틈없이 메꾼 400여개의 강렬한 조명을 뚫고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등장했다. 아담한 체구가 무색하게 그의 존재감은 단숨에 무대를 꽉 채웠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무대 곳곳을 뛰어다니며 '배드 아이디어 라이트(bad idea right?)'를 불렀다. 드럼 비트에 맞춰 몸을 흔들고, 기타리스트와 함께 헤드뱅잉을 하며 시작부터 남다른 압도감을 뿜어냈다.

이어 '발라드 오브 어 홈스쿨드 걸(ballad of a homeschooled girl)'을 부를 땐 돌출무대까지 달려 나갔고, 짜릿한 발차기로 관객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현재 가장 '핫'한 팝스타로 꼽히는 올리비아 로드리고답게 통통 튀는 무대 매너가 돋보였다.


관객들은 첫 내한을 환영하듯 우렁찬 떼창을 쏟아냈다. 로드리고 역시 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르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히트곡 '뱀파이어(vampire)'를 가창할 땐 직접 떼창을 유도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돋보인 건 곡과 훌륭하게 어울린 무대 연출이었다. 스크린 영상 위에 로드리고 및 댄서들의 움직임을 그림자로 담아내는 형식을 통해 시각적인 측면까지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뱀파이어'를 부를 땐 로드리고의 몸짓이 달 형상 안에서 일렁였고, '트레이터(traitor)' 무대에서는 감미로운 가창과 함께 스크린에 비친 댄서들의 움직임이 어울려 마치 한 편의 예술작품을 연상케 했다.

'로지컬(logical)' 무대에서는 이번 투어의 하이라이트 연출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돌출무대 쪽에서 환하게 떠오른 별들 사이로 달에 앉은 로드리고가 등장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몽환적인 무드 속에서 노래를 시작한 로드리고는 달이 회전할 때마다 환한 미소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소통하는 아티스트의 모습도 이번 공연의 핵심이었다. 로드리고는 한국에 와서 김치를 정말 많이 먹었고, '올리브영'에서 물건도 엄청 많이 샀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배웠다는 그는 "한국은 제가 가본 곳 중에서 가장 멋진 나라"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틴에이지 드림(teenage dream)'을 부르기에 앞서서는 "감정적인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땐 어른이 되는 게 두려웠다. 생일파티를 할 땐 울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스물한 살이 된 이젠 전혀 두렵지 않고 오히려 신나는 순간을 맞게 됐다. 미래를 걱정하는 소녀들이 있다면 마법 같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무대 위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그가 왜 'MZ 아이콘'이 됐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 못지않게 아티스트로서 표현해내는 다채로움과 자유분방함이 곧 정체성이었다.

피아노를 치면서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를 부를 땐 환상적인 보컬에 귀를 기울이게 했고, '러브 이스 앰버래싱(love is embarrassing)'을 가창할 땐 카메라를 향해 유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대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발랄한 안무까지 선보였다.

'메이킹 더 베드(Making the bed)'를 부를 땐 무대에 누워 노래했고, '해피어(Happier)'는 무대에 앉아서 기타 반주에만 목소리를 얹어 불렀다.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다가 공연 말미에 이르러서는 일렉 기타를 둘러메고 록스타로 변신했다.

치명적인 자태로 '젤러시, 젤러시(jealousy, jealousy)'를 부르자 관객들은 환호했고, '옵세스드(obsessed)' 무대에서는 거친 밴드 사운드에 올라타 무대를 휘젓고 다녔다. 새빨간 미니 원피스에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매력이 충만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유일무이한 록스타였다.


'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른다는 가사가 있는 '올 아메리칸 비치(all-american bitch)'에서는 로드리고의 사인에 맞춰 관객들이 실제로 소리를 지르며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펄펄 끓는 공연장의 열기가 아티스트, 그리고 관객의 만족도를 대변했다.

객석에서는 연신 "멋있다"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서울 관객분들 정말 최고다.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공연 관객 수는 양일 총 1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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