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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싸움' 나선 MBK·영풍…최윤범 회장 '경영 치부' 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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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9월 20일 14: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성과를 공격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최 회장의 경영 자질·성과 부족을 부각해 고려아연 기관투자가·소액주주를 설득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기업 사냥꾼'이라는 비판을 불식하고, 경영권 인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의 일환이다.
소액주주도 인정한 본업 성과
20일 재계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은 2022년부터 고려아연의 주력사업을 제련업에서 신재생, 2차전지소재, 자원순환 사업 등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 사업 전략을 주도하고있다. 이 같은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공급계약과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세계 1위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착실히 설비투자를 해오면서 본업의 성장가치를 키워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배구조·주주환원 부문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는 홈페이지에 "고려아연은 한국 상장사 2400개 중 지배구조와 주주 환원율이 가장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액트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주주환원율은 개별 기준 68.8%, 연결 기준 76.3%를 기록했다. 10년 동안 선진국 상장사 평균(68%)을 웃돈다. 국내 상장사 주주환원율 평균(28%)과 비교해도 2~3배 높다.

실적도 탄탄하다. 최윤범 회장이 2019년 고려아연에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매출은 6조6948억원에서 9조7045억원으로 늘었다. 영풍그룹 28개 계열사 가운데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만 75%에 이른다.

행동주의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향상 측면에서는 기존 경영진이 MBK보다 더 낫다"며 "최 회장이 주도한 2차전지 사업을 계기로 고려아연 주가상승 여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 입장에선 MBK의 공개매수가 프리미엄이 높지 않다"며 "영풍은 설비투자 재원이 크지 않고 MBK도 투자금 회수를 선호하는 만큼 고려아연의 장기적 성장에 적합한 주주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본업과 무관한 '나쁜 투자' 문제"
MBK·영풍은 본업과 무관한 고려아연의 투자도 지적했다. 최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이들 투자처에서 문제가 불거졌다고도 경고했다. 곳간 관리가 그만큼 허술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나쁜 투자'의 사례로 고려아연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에 6000억원 넘게 출자한 것이 꼽힌다.

MBK·영풍은 원아시아 투자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투입된 자금이 엔터나 부동산, 여행상품 등 고려아연 본업과는 무관한 기업으로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원아시아의 지창배 대표가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란 점을 들어 '꼼수 특혜' 논란까지 꺼내들었다. 여기에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카카오와 공모해 장내에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집하고 공개매수를 방해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미국 전자폐기물 처리업체 이그니오 인수도 문제 삼고 있다. 인수 당시 이 회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매출 200배 금액을 주고 매입하는 등 '고가 인수'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7월 종속회사인 페달포인트홀딩스를 통해 이그니오 지분 100%를 5819억원에 사들였다. 이 회사는 고려아연 편입 과정에서 2021년에 매출과 당기순손익으로 637억, 33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회계법인 감사를 거친 뒤 매출은 29억원, 당기순손익은 -48억원으로 재집계됐다. 부실 실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도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말 매출 809억원, 순손실 503억원이다.

여행상품 플랫폼 타이드스퀘어 투자도 의혹 투성이다. 평가 손실 추정액이 790억원에 달했다. MBK·영풍은 이들 투자 고려아연 경영진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 의혹을 문제삼고 있다. 최씨 일가가 추진 중인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위한 향후 예상 투자금액이 11조7000억원에 이르는데 이를 위한 자금조달 방안이 차입 외엔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 같은 나쁜 투자로 고려아연 재무구조는 크게 훼손됐다. MBK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순현금(현금성자산에서 차입금을 제외한 금액)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연말에는 순현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전망이다.

최 회장 취임 후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부채는 2019년 410억원에서 6월말 1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2019년 8053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작년 6599억원으로 쪼그라들고 영업이익 마진율은 같은 기간 12%에서 6.8%로 하락했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투자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재무구조는 안정적 수준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나쁜 투자 사례가 부각되면서 최 회장의 평판도가 상당히 훼손됐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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