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나면 세포를 재생시켜 흉터가 남지 않게 해야 한다. 건식 드레싱을 하면 상처에서 나오는 진물 속 세포 재생을 돕는 유효 성분이 증발해 흉터가 남는다. 그래서 피부에 접촉하는 부분은 습윤 환경을 유지해 상처를 치유하고, 외부 노출되는 부분은 투습 방수가 가능한 소재로 드레싱을 해야 한다. 습윤 드레싱의 대표 제품은 고기능성 의료용 소재(하이드로콜로이드)로 만든 습윤밴드로 창상피복재라고 부른다. 이 소재와 제품을 만드는 국내 코스닥 상장사 티앤엘은 미국 아마존에서 수년째 습윤밴드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윤소 티앤엘 대표는 19일 경기 용인 본사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에 만들던 창상피복재는 고무를 녹일 때 솔벤트를 용매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상처에 붙였을 때 트러블이 생길 수 있고 냄새도 난다”며 “우리는 자체 기술로 솔벤트 없이 점착력이 뛰어난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창상피복재는 국내에선 중외제약에 판매돼 하이맘밴드라는 제품으로 출시됐다. 최 대표는 “국산화에 성공해 습윤밴드 시장을 개척했고 2017년 처음 미국에 진출해 아마존, 드러그스토어 등에서 1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순탄한 길만 걸은 건 아니다. 개발에 3년이 걸렸고, 수만 번 원재료를 배합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최 대표는 “소재 회사로 시작했기 때문에 자체 원재료로 제품을 개발해 이익률이 높은 것이 후발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했다.
티앤엘은 지난해 매출 1154억원에 3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6.6%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 796억원에 영업이익 279억원으로 35%의 이익률을 올렸다.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79%로 영국(6%) 독일(5%) 캐나다(3%) 등 다른 나라보다 높다. 아마존에서 1위를 차지한 영향이 크다. 최 대표는 수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선정한 올해 3분기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받았다.
티앤엘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하이드로콜로이드 소재로 시작해 의료용 깁스 소재를 만들다가 창상피복재를 개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드름용 패치에 이어 최근엔 자체 화장품 브랜드 일루미엘을 내놨다. 민감성 피부용 기초 화장품으로 시작해 수분라인, 자외선 차단 크림 등으로 늘렸다. 최 대표는 “소재를 만들기 때문에 고객사가 원하는 크기, 형태, 성분으로 맞춤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강점”이라며 “스포츠메디컬, 기능성 화장품 등으로 더 성장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앤엘은 슬로베니아에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내년 1월 완공되면 통증 완화 효과가 있는 대마추출물 성분(CBD)을 넣은 스포츠 선수용 파스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창립 30주년인 2028년에는 미국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고 다른 수출국 비중을 높여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의료용 소재 분야에서 3M, 존슨앤드존슨 같은 글로벌 기업을 뛰어넘는 세계 최고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용인=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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