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이모 씨(40)는 명절에 아이들과 조카들을 모두 데리고 대형쇼핑몰을 찾았다. 올해 추석엔 워낙 더워 아이들을 데리고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좁고 더운 부모님댁에서 휴일을 보내느니 즐길 거리가 많고 시원한 대형쇼핑몰을 찾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한 대형쇼핑몰에서 인기 어린이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을 관람한 뒤 팝업스토어를 구경했는데 아이들의 호응이 좋았다.
이씨는 “대형쇼핑몰엔 키즈카페가 마련돼 있고 식당에도 아이 전용 메뉴가 있어 육아에 지친 가족들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몰을 찾았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로 추석 유통업계가 때아닌 특수를 맞았다. 널찍하고 쾌적한 실내공간을 갖춘 백화점과 대형쇼핑몰을 찾으며 피서하는 ‘몰캉스(쇼핑몰+바캉스)’족이 늘어난 덕분이다. 긴 명절 연휴는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많아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의 비수기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14∼18일) 백화점 3사 매출은 지난해 추석 연휴(9월28일∼10월2일)보다 10%가량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10.0%, 신세계백화점 12.5%, 현대백화점 10.8% 각각 매출이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연휴 내내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실내를 찾는 가족 단위 고객들의 방문이 늘었다고 전했다. 잠실 롯데월드몰은 연휴 닷새간 95만명의 고객이 방문했다. 상품군별로 보면 선물 수요가 높은 영·유아 상품군 매출이 20% 증가했다.
더운 날씨 탓에 쇼핑몰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려는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F&B(식음료) 매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5월 새 단장을 마친 타임빌라스수원의 경우 F&B 매출이 70% 뛰었다.
신세계백화점은 가전 매출이 62.7% 증가했고 명품도 12.9%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과 판교점 등 대형 점포가 매출을 견인했다고 전했다.
처음으로 추석 당일 문을 연 아웃렛도 근교 나들이객이 몰리며 전반적으로 방문객이 늘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8개점은 추석 당일인 17일에만 약 20만명이 방문했고,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도 추석 연휴 기간 방문 차량이 지난해보다 평균 20% 이상 늘었다. 부산점은 추석 전날인 16일 수도권 핵심 점포와 동일한 수준인 3만명이 찾았다. 신세계아울렛 관계자는 "추석 연휴를 보내는 트렌드가 변하면서 가족 단위 방문 고객이 근교 아웃렛을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문객이 증가한 만큼의 매출 효과를 누리진 못했다. 추석 연휴 내내 무더위가 이어진 탓에 '효자상품'인 코트, 패딩 등의 판매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아울렛과 신세계아울렛 모두 추석 연휴 한 명이 구매하는 금액인 객단가 매출은 되레 지난해보다 줄었다.
대형마트도 추석 선물 세트와 연휴 먹거리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다. 이마트는 상품군별 매출 증가율이 수산 60%, 축산 51%, 과일 40% 등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의 추석 연휴 매출도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약 20% 증가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