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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부족에 대출규제 효과 '반짝'…64% "내집마련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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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 의지를 밝힌 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게다가 금융권이 최근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8명은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출 규제의 ‘약발’은 일시적인 데다 공급 부족을 단기에 해결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연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는 ‘기준금리 인하’를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서울은 상승, 지방은 하락

지난 13일까지 5일간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는 연말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오른다’에 베팅했다. ‘1~3%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가 55%로 가장 많았다. ‘3~5% 상승’은 19%, ‘5% 이상 상승’은 3%였다. ‘보합’(-1~1%)은 16%였고, ‘하락’을 점친 비율은 7%에 그쳤다.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이유(복수 응답)로는 ‘신규 공급 물량 부족’(75.6%), ‘기준금리 인하 기대’(60%), ‘전셋값 상승’(53.3%)을 든 답변이 많았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비아파트 수요자가 아파트 시장으로 이동해 전세와 매매가격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의 64%가 내 집 마련 적기로 ‘연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를 꼽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 전셋값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문가의 87%가 상승을 예측했고, 보합과 하락은 각각 9%, 4%에 불과했다. 전세 시장도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4년(2+2년) 만기가 올 하반기부터 도래하는 게 전셋값 상승폭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비관적 전망이 많았다. 전문가의 47%는 연내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이 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44%는 하락을 점쳤고, 상승을 예상한 비율은 9%뿐이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2026년 이후 입주절벽이 심각할 것으로 보이는 서울로 매수세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출 규제 영향은 제한적”
대출을 죄는 게 서울 집값 상승세를 누르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대출 규제는 단기적으로 강력한 효과를 내지만 시장 수용 속도도 빨라 지속성은 부족하다”(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전셋값 상승 불안이 커지고 갭(매매가와 전세가 차이)이 줄면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 등이 대표적이다. 대출 규제가 ‘현금 부자’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지방 부동산 시장이나 무주택자, 실수요자 등 ‘약한 고리’만 때리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문가가 매긴 ‘8·8 대책’ 평가 점수(100점 만점)는 평균 56.08점으로 집계됐다. 그린벨트 해제 등 중장기 공급을 늘리는 데 치중해 오피스텔 주택 수 산정 제외 등 단기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많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8·8 대책 중 기대 효과가 큰 항목으로는 ‘재건축·재개발 특례법 제정 등 정비사업 가속화’(32%), ‘그린벨트를 풀어 수도권에서 8만 가구 공급’(25%),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확대’(18%) 등이 꼽혔다.

연말까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39%), ‘대출 규제 강화’(29%), ‘대외 경제 여건’(15%) 등이 상위에 올랐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이미 반영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이인혁/박진우/한명현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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