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선의 사령관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한 유명한 말이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2024년 9월 12일, 인류의 우주탐험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어록이 탄생했다. “This(Earth) sure looks like a perfect world. (지구가 진짜 완벽한 세상으로 보이네요).”
전문 우주비행사가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세계 최초의 우주유영을 한 미국 핀테크업계 거부 재러드 아이작맨 시프트4 창업자(41)의 말이다. 아이작맨은 상공 700㎞ 고도에서 음속의 약 20배인 시속 2만5000~2만6000㎞로 비행하는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드래건에서 기체 밖으로 나와 10분간 머물렀다. 전문 우주 비행사들처럼 우주선과 연결된 줄에 매달려 우주 공간에 떠 있지는 않았지만, 우주복을 입고 스카이 워커라는 이름의 해치에 부착된 구조물을 잡은 채 저 멀리 이글거리는 지구와 대비된 그의 실루엣 사진은 경외감을 자아냈다.
아이작맨은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만큼 괴짜 기업인이다. 유대인 출신으로 16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부모 집 지하실에서 결제 처리 업체 시프트4를 창업했다. 연간 2000억달러의 거래를 처리하는 시프트4는 미국의 식당과 호텔 중 3분의 1가량이 고객이다. 그의 재산은 19억달러(약 25조2000억원)로 추정된다. 그가 열광하는 분야는 우주와 비행이다. 취미로 비행을 시작해 전투기를 직접 조종할 실력을 갖췄다. 그가 운영하는 경전투기팀이 최단 시간 세계일주 비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작맨의 꿈은 머스크처럼 지구 외에 또 다른 행성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다행성 삶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는 스페이스X의 첫 민간인 우주인 프로젝트 인스피레이션4의 비용 2억달러를 모두 본인이 댔다. ‘폴라리스 던(Polaris Dawn)’으로 붙여진 이번 프로젝트는 앞으로 두 번의 추가 우주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 영화 ‘마션’이 현실화할지도 모를 일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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