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된 상황이 2년여 만에 해소된 가운데 과거 사례에 비춰 경기 침체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장단기 금리 정상화 후 침체가 뒤따른 경우가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물가 수준 등에 따라 장단기 금리 역전 해소가 미치는 영향도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는 종가 기준으로 각각 3.661%, 3.65%를 기록했다. 이달 4일 오전 2년물 금리가 10년물을 밑돌면서 2022년 7월 이후 이어진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처음 해소됐고, 이후 6일부터 3거래일 연속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만기가 긴 만큼 불확실성에 따른 프리미엄을 반영해 금리가 더 높게 책정된다. 하지만 미 채권시장에서는 2022년 7월 이후 국채 10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이어졌다. 미 중앙은행(Fed)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다.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된 것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나자 Fed가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2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빠르게 내리면서 장단기 금리가 정상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달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로 시장 예상치(47.5)를 하회했다. 이 지표가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이보다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또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14만2000개 증가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16만4000명)를 밑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정상화된 이후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후 경기 침체가 동반된 사례가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베이커그룹의 라이언 헤이허스트 대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해소되면 경기 침체가 나타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단기 금리 정상화 자체보다 경제 성장 전망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국채 수익률 곡선만을 보고 경기 침체가 찾아올 것이란 우려는 과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장단기 금리 역전 해소 이후 미 주가지수 수익률이 상승세를 보인 사례도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962년 이후 미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된 후 해소된 사례는 총 15번이다. 이중 미국 경제는 1970년 1974년 1980년 1981년에 장단기 금리가 정상화하기 전 이미 침체에 진입했다. 이외의 9번은 정상화 이후 12개월 이내 침체가 나타났다. 2001년 닷컴버블, 2007~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이다.
하지만 장단기 국채 금리 정상화 이후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수익률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장단기 (국채) 금리 정상화 이후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증시는 계속 상승했다"며 "정상화 시점으로부터 중간값으로 3개월 후 1%, 6개월 후 2%의 상승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장단기 금리 정상화 이후 시장에 미칠 영향은 물가 수준과도 관련이 크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해소가 하락장의 신호일지 대해서는 저물가 시대인 최근 40년만 보면 맞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고물가 시대(1965~1985년)엔 금리 역전 해소가 반대로 상승장의 신호로 작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고물가 시대"라며 "아직 저물가 시대로 이동했다는 증거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