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약 1300억원을 지급하라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판정에 대해 영국 법원에 항소하기로 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국제투자분쟁대응단’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각하한 영국 상사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찬성 투표 압력을 행사해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2018년 ISDS를 제기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622억원과 지연 이자·법률 비용 등 총 13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는데, 우리 정부는 이에 불복해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냈다. 그러나 영국 법원은 지난달 “한국의 취소 신청이 영국 중재법상 관할권 다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을 각하했다.
정부는 항소를 포기할 경우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에 대한 ISDS 취소 소송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이슨 역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ISDS를 제기했다. PCA는 지난 4월 한국 정부가 메이슨에 3200만달러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7월 중재지인 싱가포르 법원에 취소 소송을 낸 상태다.
항소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엘리엇에 지급해야 할 이자와 소송 비용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물어줘야 할 비용에는 연 5%의 이자가 복리로 붙고 있다. 현재 매일 1만달러(약 1360만원) 이상의 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정부 회계 결산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년간 엘리엇 ISDS 대응 예산으로 법무법인 자문료, 국외출장 비용, 중재판정부 운영비용 등 약 170억4900만원을 사용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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