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 대선 TV토론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 확연한 대북 시각차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해리스는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똑똑하다고 하고 김정은과는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 독재자들은 트럼프에게 아첨하며 조종하겠다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집권 시 대북 강경책을 펼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반면 트럼프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자신을 두려워했다며 “지금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했다. 자신의 집권 땐 김정은과 좋게 지내 도발을 억제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 반대라는 주장이다.
두 당이 전당대회에서 발표한 새 정강에서의 동맹 규정도 큰 차이가 난다. 민주당은 한국을 14차례 언급하면서 ‘소중한 동맹’(valued ally)으로 규정하고 ‘동맹과 함께 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적시했다. 반면 공화당은 한국을 언급하지 않고 ‘동맹의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강조했다. 이렇게 두 당과 후보의 한반도 접근법이 180도 다르다. 아무래도 바이든 행정부를 계승할 해리스보다 트럼프 집권 시 대처하기 더 험난할 것이다.
트럼프는 “재집권하면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며 북한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과거 재임 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바도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정상회담 쇼’를 재개해 치적으로 내세우고, 한·미 훈련을 없애는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우리 안보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트럼프 재선보다는 영향이 적겠지만, 민주당 새 정강에서 북한 비핵화가 쏙 빠진 것에서 볼 수 있듯 해리스가 바이든 행정부와 차별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일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한반도 핵 안보 상황은 갈수록 위중해지고 있다. 푸틴은 핵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했고, 중국은 핵무기를 크게 증강하고 있다. 미국이 핵 운용 지침을 개정해 북·중·러 핵공조에 적극 대응하기로 하면서 핵 군축은 사실상 깨졌다. 김정은은 이 틈을 노려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위협했다. 불투명한 안보 현실에 시나리오별로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백악관 주인이 누가 되든 북핵 폐기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