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기술보증기금 등 3대 정부 보증기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대출 보증 잔액이 작년 말 134조3000억원으로 5년 새 53% 증가했다. 증가액은 46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중소기업 대출도 669조4000억원에서 999조9000억원으로 49% 늘었다. 보증 확대가 중소기업 대출 증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문제는 보증 비율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보증 비율은 대부분 90%를 웃돈다. 예컨대 신보의 평균 보증 비율은 90.4%다. 은행이 1억원을 대출한 뒤 부실이 발생해도 9000만원가량은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준다는 것이다. 차주가 돈 한 푼 갚지 않아도 은행이 전액을 보상받는 ‘100% 보증’도 전체 신보 보증의 22.4%나 됐다.
통상 정부 보증기관의 보증 비율은 75~85% 수준이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19 사태 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일환으로 이처럼 높아졌다. 그 자체를 나무랄 순 없지만,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이를 정상화하지 못한 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들은 보증 덕분에 위험 부담 없이 이자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깐깐한 심사 없이 대출을 늘렸다. 부실기업도 정부 보증에 기대 손쉽게 돈을 빌렸다. 돈을 빌려주는 곳이나 빌려 가는 곳 모두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
그 결과 부실 대출이 급증했고, 부담은 정부가 지고 있다. 기업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신보가 대신 갚은 금액만 지난해 2조2758억원에 달했다. 2022년 1조3600억원보다 67% 늘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부실기업 지원은 경제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해야 인력과 자본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고, 그래야 경제 활력이 높아질 수 있다. 보증 비율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정부 보증이 부실기업 연명이 아니라 유망 기업 발굴에 쓰일 수 있도록 보증 대상을 정교하게 설정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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