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장주 삼성전자에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던 증권가가 돌아서고 있다. 스마트폰, PC 수요가 부진해 3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주가가 크게 하락한 만큼 추가 낙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93% 하락한 6만6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연저점(종가 기준)을 새로 썼다. 장중엔 6만6000원까지 밀리며 52주 최저가도 터치했다. 7월11일 52주 최고가(8만8800원)를 기록하며 '10만전자'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25% 하락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최근 1개월(8월 9일~9월 10일)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811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도 685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3조3216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증권가의 눈높이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DB금융투자, 현대차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iM증권이 홀로 목표가를 낮추긴 했지만, 여러 증권사가 일제히 목표가를 꺾은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특히 KB증권은 목표가를 13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26.92% 낮췄다. 종전 목표가 13만원은 주요 증권사에서 제시한 목표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달 1일 KB증권은 '왕의 귀환'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2만원에서 13만원으로 올린 바 있다.
목표가를 꺾은 이유는 실적 부진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스마트폰,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가 12~16주로 증가하면서 하반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기존 대비 15% 낮은 37조9000억원으로 수정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모바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경쟁 심화와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완제품의 원가율 상승이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11만원에서 10만4000원으로 낮췄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부품 원가 상승으로 세트 고객사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이들은 4분기 메모리 판가 상승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모바일에 편중된 시스템 설계·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부문의 흑자 전환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추가 낙폭은 제한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감안할 때 바닥 수준까지 밀렸다는 논리다. 최근 삼성전자의 PBR은 1.1배 수준까지 하락했다. 과거 10년 평균치(1.2배)를 밑돌고 있다.
증권가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 품질 인증, 실적 회복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해 품질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HBM 주요 고객 확보, 탄력적 실적 개선, 반도체 공급조절 의지 등이 주가 상승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