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저렴한 편이던 베트남산 원두까지 오를까봐 걱정이네요.”
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카페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베트남, 브라질 등 원두 생산지의 이상기후 여파로 생산량이 줄면서다. 특히 세계 제2위의 커피 원두 생산지인 베트남이 슈퍼태풍 '야기'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비용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베트남산 원두는 값이 저렴한 편이라 저가 카페나 소규모 자영업자 카페에서 많이 이용하는 재료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세계 커피 시장의 양대 품종 중 하나인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3% 가까이 올랐다. 로부스타와 함께 대표적인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 가격은 뉴욕 시장에서 3.8% 상승했다.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지인 베트남이 태풍 야기로 타격을 받아 커피 작황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퍼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서비스 기업 'ADM 인베스터 서비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야기가 몰고 온 폭우와 강풍으로 북부 베트남에서 원두가 떨어지는 등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다만 원두 재배 농가의 구체적인 피해 규모 등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게다가 세계 최대 원두 생산지인 브라질에서도 내년 작황이 결정되는 커피나무 개화기인 최근 고온과 가뭄이 이어져 내년 작황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세계 원두 수급 상황이 빠듯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국제 커피 원두 가격 급등으로 커피 제품이나 커피 전문점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커피가공업체가 국제거래소를 통해 원두를 구매하면 제품화까지 약 5개월이 걸린다. 당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지만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두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국내 커피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생두와 원두) 수입액은 11억1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로 2년 연속 10억 달러를 넘었다. 이는 5년 전의 1.7배이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2.7배에 이른다.
국내 커피 업계는 직격타를 맞고 있다. 이미 주요 품종인 ‘로부스터’, ‘아라비카’ 모두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인스턴트 커피 제조사부터 커피 전문점까지 원재료 가격인상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에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달부터 음료 가격을 조정했다.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473㎖), 벤티(591㎖) 크기 가격을 각각 300원, 600원 올랐다. 다만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톨(355㎖) 사이즈 가격은 4500원로 동결했고 톨보다 용량이 작은 숏(273㎖) 크기의 음료는 3700원으로 300원 인하했다.
저가 카페 음료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저가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은 지난달 미숫가루·아이스티 제품 2종의 가격을 평균 11.5% 올렸다. 가격이 민감한 메인 메뉴 커피 대신 서브 메뉴의 가격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저가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 역시 지난 4월 카페라떼 등 음료 제품 7종의 가격을 200~500원 인상했다.
가공 커피 음료, 인스턴트 스틱 커피 가격도 오르고 있긴 마찬가지다. 앞서 롯데네슬레코리아는 네스카페 수프리모 아메리카노, 수프리모 병(100g) 등 인스턴트 커피 등 분말음료의 출고가를 7% 인상했다. 매일유업도 즉석 음용 음료(RTD) 커피, 발효유 등 음료 가격을 최대 10% 올렸다. 대표적으로 매일 바리스타 250㎖ 제품 5종은 기존 2600원에서 2800원으로 인상했다.
앞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은 업체들의 연쇄 가격 인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한 카페업주는 “코로나 시기에 비해 원두 가격이 두배 가까이 오른 상황”이라며 “원재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1000~2000원대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던 카페들이 특히 타격을 보는 분위기. 주변에서도 커피 값을 100~200원이라도 인상해야하나 고민하는 업주들이 많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