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신라면을 사려면 한인·아시안 슈퍼를 찾아야 했습니다. 지금은 월마트 메인 코너에서 쉽게 살 수 있죠.”
이용재 농심 국제사업부문장(전무)은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에서 “북미에서 K라면의 카테고리(범주)는 이제 아시안푸드를 넘어 메인스트림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K웨이브’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는 주요 식품사와 뷰티·게임업체 경영진이 연사로 나서 글로벌 K웨이브의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비전을 전망했다.
오리온 “현지화가 성공 비결”
라면은 글로벌 K푸드 열풍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꼽힌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은 수출 확대를 위해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라면을 연간 5억 개 생산할 수 있는 전용 공장을 짓는다. 이 전무는 “미국의 경우 3~4년 뒤 동부에 공장을 추가로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멕시코와 남미 등 시장도 계속 성장하고 있어 거점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오리온은 현지화를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윤한길 오리온 해외사업팀 이사는 “오리온은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 5개국에서 80개가 넘는 현지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제품 기획에서 생산, 마케팅, 영업까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비비고 만두’로 북미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을 선도한 CJ제일제당은 다음 타자로 치킨과 백미밥을 꼽았다. 지난해 출시한 ‘고메 소바바 치킨’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손에 닿아도 묻지 않는 ‘소스 코팅’ 기술을 적용했다. 김숙진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한국에서 ‘햇반’으로 팔리는 백미밥은 미국 시장에서 연말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K뷰티 브랜드 경쟁력 높여야”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떠오른 K뷰티에 대해서는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상품·브랜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마케팅 전문가인 김철웅 에코마케팅&안다르 대표는 “많은 K뷰티 브랜드가 틱톡이나 아마존에 한정된 유통채널 전략을 전개한다면 K뷰티는 짧은 유행이 돼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호기심에 편승해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사고 싶은 브랜드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에코마케팅의 뷰티 브랜드 믹순은 해외에서 한국인의 ‘스킨케어 루틴’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에 착안했다. 김 대표는 “서양인은 한국인의 얼굴이 백옥 같은 건 스킨케어에 엄청난 공을 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원료를 담은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 진정성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하 에이피알 부사장은 “피부 재생과 항노화에 효과적인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 등 유효성분 중심의 화장품 브랜드가 주목받을 것”이라며 “메디큐브 등 뷰티 디바이스를 통해 가정에서 클리닉 시술을 쉽게 할 수 있게 된 점도 새로운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백아람 누리하우스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를 널리 알리고 있는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백 대표는 “해외 크리에이터들은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그들의 에너지를 산업계가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임업계는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김낙형 크래프톤 수석프로듀서는 “과거 중국이 글로벌 최대 시장으로 부각된 것과 마찬가지로 인도 게임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며 “크래프톤은 인도를 미래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2200억원을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오형주/최석철/라현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