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09일 11: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로봇 잠재시장 규모는 9조달러(약 1경2000조원)에 달합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KIW) 2024'에 연사로 나서 "기술적으로 로봇은 사람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대체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류 대표가 언급한 9조달러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예측한 시장 규모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인건비가 높아 로봇 수요가 커지는 미국·유럽 시장에 좁혀 이 같은 수치를 내놨다.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면 로봇 산업의 잠재시장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류 대표는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시장에 로봇이 사용되는 비율을 뜻하는 침투율은 2%에 불과하다"며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규제 등으로 로봇이 이용되지 못하는 영역이 많은 탓인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인구 감소 추세가 로봇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대표는 "한국에선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 동안 부산시 인구와 비슷한 321만명의 생산가능인구가 사라진다"며 "이후 10년 동안 인천시와 대구시의 인구를 합친 수인 514만명이 또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급격하게 줄어드는 노동력 문제를 로봇이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류 대표는 로봇 시장 중에서도 협동로봇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 시장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협동로봇으로 나눌 수 있다. 협동로봇은 산업용 로봇과 달리 작업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류 대표는 "로봇 시장이 9조달러 규모로 성장하기 위해선 결국 사람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작업 현장에서 사람 대신 투입할 수 있는 로봇이 바로 협동로봇"이라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회사다. 커피를 내리고 치킨을 튀기는 로봇, 전기차를 충전해주는 로봇, 의사가 집도하는 수술을 보조해주는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협동로봇을 개발해 이미 산업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에서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찾는 수요가 많다. 두산로보틱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류 대표는 단순히 로봇이라는 설비를 산업 현장에 공급하는 걸 넘어 고객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걸 두산로보틱스의 목표로 잡았다. 류 대표는 "무거운 물건을 나르거나, 뜨거운 기름 앞에서 요리를 하는 등 위험한 일에 로봇을 투입하는 작업부터 해나가고 있다"며 "고객사에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로봇 관련 기업의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두산로보틱스의 미래를 세계 최초의 '모션 플랫폼 컴퍼니'라고 압축해 표현했다, 그는 "'모든 동작의 혁신,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 두산로보틱스의 방향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슬로건"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