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일 밤부터 8일까지 닷새 연속으로 오물풍선(쓰레기풍선) 도발에 나서면서 오물풍선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들이 오물풍선 도발에 무뎌지게 만드는 게 북한의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4~8일 식별된 대남 오물풍선은 1250여 개로, 이 중 우리 지역에 430여 개가 낙하한 것으로 파악된다. 합참은 "확인된 내용물은 종이류·비닐·플라스틱병 등 생활 쓰레기이며, 분석결과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닷새 연속으로 오물풍선을 살포한 건 우선 명목적으로는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에도 일부 민간 단체가 비공개로 대북 전단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민간의 정보 전달을 위한 자발적 행위가 결코 북한이 자행하는 도발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오물풍선 살포의 진짜 배경을 두고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우리 정부가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우회적 반발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에 외부 정보를 유입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어 북한 정권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고강도 도발보다는 '가성비'가 좋은 오물풍선으로 저강도 도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한반도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란 설명도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우리 추석이나 설 등 명절 기간에 '취약 시간대'를 노려 종종 도발을 감행해왔다. 또 그동안 수해로 인해 풍선에 들어갈 쓰레기 등 자재 수급이 제한됐지만, 어느 정도 복구가 다시 완료돼 다시 지속 도발에 나서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계속된 오물풍선 살포가 우리 국민을 무뎌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닷새 연속 살포를 포함해 올 들어 17차례나 오물풍선을 띄웠다. '오물풍선의 일상화'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계속된 오물풍선 살포로 국민들은 내성이 생기고, 어느 순간 두려움이 없어지게 되는 게 북한의 노림수"라며 "오물풍선이 어느 순간 더 위험한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경을 넘어서는 안 되는 것(오물풍선)이 서울 시내로 날아들고 있는데, 한국을 유린하는 것이며, 안보 관점에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오물풍선 같은 '생활 밀착형 도발'을 통해 도발의 일상화를 노리는 것"이라면서 "우리 일상에 불편함을 주고 기분을 나쁘게 하는 도발은 맞지만, 인명피해는 제한적이다. 의도적으로 이런 일상 속 도발을 감행해서 남남갈등과 함께 나름의 선전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오물풍선으로 인해 지난 8일 낮 파주 제약회사 창고 지붕에서 화재가 났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약 87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