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6일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의료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사실상 원점 재검토를 뜻하는 ‘제로베이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대 정원 조정을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여야의 제안도 수용했다. 정부가 의료계를 논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다”며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는 ‘의료계가 통일된 안을 가져와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대통령실 발언은 통일된 안이 없어도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해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면 이견을 좁혀나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의료계 합의안’이라는 전제 조건이 의료계를 논의에 끌어들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긴급 현안 브리핑에서 “의료 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필수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협의체는 이재명 대표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의대 정원 재검토에 국한하지 않고 정원 규모의 과학적 추계와 증원 방식을 포함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관건은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 여부다. 그간 의료계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부터 백지화해야 한다”며 대화를 거부해 왔다. 이번에는 정부와 여야가 새 대화 창구를 제안한 만큼 별다른 명분 없이 불참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