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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벌써 갈아탔는데…위스키 찾던 2030 돌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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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로 꼽히던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위스키 바를 운영하는 업주 박모 씨(30대)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평일 저녁 8시면 젊은이들로 꽉 차던 바 테이블에 이젠 “파리만 날릴 때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씨는 “위스키보다는 데킬라 선라이즈와 같은 칵테일이 더 잘 나간다”면서 “가볍게 마시는 칵테일이나 커스터마이징(직접 주문)해서 주문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성수동 칵테일바에서 일하는 한 직원도 “위스키를 도전하듯 마셔보는 20대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엔 마니아층만 찾는다”며 바뀐 분위기를 체감한다고 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주류업계가 데킬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위스키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20~30대 사이 주류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면서 소비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위스키류 수입액은 1억4317만달러(약 1900억원)로 10.2%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데킬라 수입액은 345만7000달러로 2020년 254만1000달러 대비 155.9% 늘었다.

데킬라는 클럽이나 라운지 바 등 유흥채널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인 2018년과 2019년대에는 연간 400만달러 규모를 유지했다. 하지만 물류 공급 등에 차질이 생기며 2020년 253만1000달러로 수입량이 반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다 코로나 기간 홈술(집에서 즐기는 술) 트렌드로 소비량이 늘더니 2022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위스키를 주력으로 내세우던 주류업체 분위기도 바뀌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3일 최고급 데킬라 브랜드 ‘돈 홀리오’를 젊은 층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돈 홀리오 포 아모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20~30대 사이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한남동에 위치했다. 이번 팝업에선 브랜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와 오감 체험 행사 등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회사 측은 데킬라가 클럽에서 즐기는 술이 아닌 젊은 층 다이닝 문화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페이스 추아 디아지오코리아 마케팅 본부장은 “이미 럭셔리 데킬라는 축하 모임이나 중요한 행사에 필수 요소가 됐다”고 했다. 또 외국에서 ‘하이앤드’(최고급) 데킬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국내외 관심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실제 올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본 시상식에서 ‘돈 훌리오 1942’를 축하주로 이용한 축배의 순간이 연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수요를 겨냥, 회사는 다음 달 신제품 ‘돈 홀리오 울티마 리제르바’을 출시한다. 돈홀리오 관계자는 “이 데킬라는 ‘엑스트라 아녜호 등급’으로 최소 3년 이상 숙성해야 한다. 기존 테킬라에서 느끼지 못하는 풍미를 담았다”며 “해당 등급의 데킬라를 국내에 최초로 선보인 것으로, 싱글몰트(단일증류소) 위스키와는 차원이 다른 풍미가 특징”이라고 귀띔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월 데킬라 최상위 등급인 멕시코 브랜드 ‘코모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코모스는 100% 블루 아가베로 만든 고급 데킬라 브랜드. 우선 회사는 신세계·현대백화점에서 이들 제품을 판매 중인데, 시장 반응을 살핀 뒤 점차 판매영역을 넓혀가기로 했다. 유태영 하이트진로 상무는 “최근 미국의 젊은 층에서부터 데킬라의 인기가 높아지며 이 열풍이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 5월 이 브랜드의 최상위 등급 제품인 ‘코모스 엑스오’를 국내 6병 한정 수량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신사업 아이템으로 데킬라를 택한 업체는 또 있다. 전통주 인기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됐다가 최근 고꾸라진 국순당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국순당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2% 줄었다. 이 기간 매출은 704억원으로 5.5% 감소했다. 코로나 기간 홈술 문화로 국산당 매출은 2021년 652억원, 2022년 746억원으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꾸준히 증가해 온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자 지난 2월 국순당은 프리미엄 데킬라인 캔달 제너의 ‘818 데킬라’를 국내 최초로 공식 론칭, 판매에 나섰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해외를 중심으로 최고급 데킬라를 마시는 게 젊은 층 사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국내에도 이런 흐름이 포착되다 보니 주류업계가 판매 폭을 넓혀가고 있다”면서 “아직 주력 사업으로 내세우기엔 탄탄한 소비층이 확보되지 않은 탓에 ‘완전히 새롭거나’, ‘확실하게 비싼’ 데킬라 판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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