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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30조 육박…비상경영 나선 롯데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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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유통·화학 사업이 동시에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나빠진 현금창출력에 불어난 차입금이 그룹을 짓누르는 중이다. 롯데지주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간판 계열사 신용등급은 줄강등 위기다. 30조원에 육박하는 차입금 상환 압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만큼 그룹 사업재편·구조조정이 한층 절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어난 차입금 19조→29조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간판 계열사 3곳의 연결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 6월 말 기준) 29조9509억원으로 2조168억원(7.2%) 증가했다. 세 계열사는 각각 그룹 식품과 유통, 화학 사업을 대표하는 회사로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종속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이들 간판 계열사 차입금은 2021년 말 19조3997억원에서 지난해 말 27조9341억원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회사의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차입금(리스부채 포함) 합산액은 올 6월 말 14조83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1조4805억원(증가율 11.7%) 불었다. 단기차입금은 2021년 말 7조2200억원, 2022년 말 11조7020억원, 2023년 말 12조6031억원으로 해마다 빠르게 불고 있다.

한때 ‘무차입 경영’을 이어갔던 롯데그룹이 무더기 차입금에 시달리는 것은 공격적인 M&A와 계열사 현금창출력 후퇴 탓이 크다. 롯데그룹은 2021년부터 최근까지 일진머티리얼즈(2조7000억원), 한국미니스톱(3134억원), 한샘(2995억원), 중고나라(300억원) 등 크고 작은 기업 7곳을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한 기업들은 롯데그룹에 편입된 뒤부터 실적이 추락했다. 일진머티리얼즈와 한국미니스톱, 한샘 등은 지난해 나란히 순손실을 냈다. 인수대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룹 재무구조도 휘청였다.
○주력 계열사 신용등급 줄강등 우려
롯데그룹 주력인 유통과 화학 사업도 흔들리는 중이다. 중국 저가 화학제품에 밀려 시장 경쟁력을 상실한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호텔롯데도 올 상반기 5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앞으로 30조원에 육박하는 눈덩이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차환하는 작업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이 강등 위기에 놓인 탓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롯데케미칼(AA), 롯데지주(AA-), 롯데물산(AA-), 롯데렌탈(AA-), 롯데캐피탈(AA-) 등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나란히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은 앞으로 6개월 안에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용등급이 흔들리는 만큼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투자 수요를 모으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투자 수요를 확보해도 발행금리가 큰 폭 뛸 수밖에 없다.

IB업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이 차입금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유 자산을 줄 매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비상 경영체제를 선포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롯데케미칼의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와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타이탄, 롯데케미칼파키스탄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여기에 추가 알짜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사업재편에 바쁜 SK그룹에 이어 롯데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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