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동 주미대사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단과 만나 최근 체코 원전 수출에 미 웨스팅하우스 측이 어깃장을 놓고 있는 점에 대해 "당국 간, 해당 기업 간의 협의를 병행해 진행 중"이라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상대를 자극하지 말고) 지켜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 기업들의 주요 현안과 안보 이슈에 관해 대사관의 입장을 설명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현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각종 보조금 등에 변화가 있을 수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조 대사는 "반도체법(칩스법)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크게 변동성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서는 "IRA 자체는 의회를 통과한 법에 의해 시행되고 있어 철회될 가능성이 낮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정적인 만큼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재무부가 가이드라인 등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 대사는 "(미국 정부가 했던 약속에) 변동성이 있을 수 있고 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다만 IRA를 계기로 기업 투자를 많이 유치한 지역에서 IRA 보조금을 대폭 변경하는 것에 부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조 대사는 내다봤다. 그는 "공화당 주지사가 당선된 주에서 IRA 혜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사관도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에 참석한 조 대사는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RNC)에 이어 양당의 전당대회 과정에서 40여명과 만났고 한미관계가 역대 최상이라는 평가를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민주당 측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성과를 이어서 계승하겠다는 뜻이 뚜렷했다"며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다양한 글로벌 도전에 함께 대응하자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전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희망에 변함이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만큼 외교에 더 시간을 쓸 수 있는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사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자는 의사도 피력한 상태이지만, 일본 상황이 관건"이라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물러나고 새 총리 선임이 예정된 상태인 만큼 미국 대선 전에 일본의 새 총리를 포함해 3국 정상이 모일 수 있는 날짜가 매우 한정돼 있어서다. 그는 "아직 일정을 토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대사는 또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바이든 정부의 주요 외교적 성과이며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을 찾아 왕이 외교부장과 만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중 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을 묻자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는다"면서도 양측이 다른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올 하반기 주요20개국 회의(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APEC) 등이 잇달아 예정돼 있고 모두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만큼 이런 장소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올해 G20 회의는 11월 18~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APEC은 11월 10~16일 페루에서 각각 열린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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