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는 한국보다 면적이 일곱 배 넓다. 인구는 3000만 명을 넘어 웬만한 국가보다 많다. 텍사스지역 명문대는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 이곳에 가기 위한 고교생들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입시를 위해 대도시인 휴스턴이나 댈러스로 이사할 필요는 없다. 시골에 있는 고교라도 내신 상위 10%에 들면 무시험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은행이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연 공동 심포지엄에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사례다. 이날 한은은 지역 학령인구에 따라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의 입학 비율을 정하는 지역 비례 선발제를 제안하며 미국의 지역 학생 우대 제도를 소개했다.
텍사스주는 1998년 내신 상위 10% 자동 입학제를 도입했다. 텍사스 고교에서 상위 10% 성적을 거둔 학생은 텍사스 내 주립대에 자동으로 합격할 수 있도록 하는 무시험 입학제도다. 한은은 “명시적으로 출신 지역을 신입생 선발 기준으로 활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미국 명문대로 꼽히는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의 출신 지역별 다양성은 크게 확대됐다. 2015년까지 오스틴캠퍼스 합격생을 배출한 고교는 50% 증가했다. 샌드라 블랙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3년 쓴 논문에서 “이 제도를 통해 입학한 소외지역 학생은 학업을 잘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에서도 비슷한 무시험 입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텍사스와 달리 주립대 내 특정 캠퍼스를 선택할 순 없는 등 제한을 두고 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주립대 중 명문에 속하는 UC버클리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다른 학생과 경쟁해야 하는 식이다.
한은은 “미국에서는 출신 지역을 신입생 선발 기준으로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이견이 적은 편”이라며 “주요 명문대와 사관학교의 출신 지역별 신입생 비중은 지역별 학령인구 분포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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