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27일 일제히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에 따른 '역사관 논란'이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파국에 치달으면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권 들어 최악의 인사 참사이자, 최악의 구제 불능 반국가 인사"라면서 "김 후보자는 그나마 엄혹했던 시절 노동운동을 했다는 일말의 명예라도 지키고 싶다면 오늘 당장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불법파업에는 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이라는 반노동 저주를 퍼붓는 사람을 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며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냐고 하는데,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하는 사람을 국방부 장관에 앉히는 꼴"이라고 했다.
윤종근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 국정 난맥과 지지율 하락, 거듭된 실정으로 국민의 분노에 직면하더니 이제는 하다못해 탄핵 부정론자까지 끌어들여 국민과 맞서려 하냐"며 "친일파부터 극우 막말 유튜버까지 각종 인사 참사로 거듭 문제를 자초하고 있다"고 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전형적으로 쓸데없이 짜증만 유발하는 인사다. (김 후보자 지명을 보고) '이건 뭐 하자는 거지?'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며 "방구석에서 유튜버 하면서 이념적으로 편향된 분들에게 환호만 받으면 될 분에게 2024년에 고용노동 정책을 맡기는 건 터무니없어 보인다"고 했다.
천 원내대표는 "누가 봐도 노사정 대화를 못 이끌어 갈 것이다. 물론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손해배상 폭탄을 때려야 된다'고 하는 사람을 노동부 장관으로 쓸 수는 없는 것"이라며 "철 지난 탄핵 부정, 역사 왜곡 이런 거 하시는 분을 국무위원으로 쓴다는 건 제정신 아니다. 이건 인사권자가 정신을 못 차리고 계신 게 아닌가"라고 했다.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역사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 끝에 파행됐다. 그는 먼저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냐'는 자신의 2018년 발언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국적이 일본이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나라를 다 빼앗겨서 일본으로 강제로 다 편입(됐다)"고 했다.
이 밖에도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잘못됐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재평가될 것"이라면서 "그분은 정말 뇌물도 알지도 못하고 받을 사람도 아니다", "탄핵받을 정도의 죄는 없다고 생각" 등의 발언을 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답변에 항의를 이어가다, 퇴장해 청문회는 파행됐다.
국민의힘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자질 및 업무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야당은 청문회 시작 전부터 사퇴를 요구하는 등 청문회의 본질을 훼손했고, 요한 의사진행 발언으로 후보자의 과거 발언들을 부분 발췌하는 방식으로 반노동, 친일 등 왜곡된 프레임을 씌웠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