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모레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대로 가면 고려대의료원 등 상급 종합병원 8곳,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의료원 26곳을 포함한 전국 61개 의료기관에서 심각한 진료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반년째 힘들게 버텨온 환자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서울대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이 빠졌고 수술실, 중환자실 등엔 인력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파업 강행 때 의료 현장의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6개월을 넘어섰고 최후의 보루인 응급실마저 축소 운영에 들어가 환자·국민의 고통과 불안은 이미 한계 상황이다. 이 와중에 간호사마저 자신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의료 현장을 떠나겠다고 하니 의료인들의 책임감이 고작 이 정도였나 말문이 막힌다. 물론 이들이 그동안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느라 과도한 업무를 맡고 한편으론 병원 경영난에 무급휴직 등을 강요당하는 이중고에 시달려 왔음은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첫 번째 요구 사항으로 ‘진료 정상화’를 내건 것도 수긍이 간다.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 범위 명확화’ 요구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국회, 병원 경영진이 당연히 챙겨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주 4일제 시범 실시와 임금 인상 요구까지 걸고 총파업을 벌이겠다는 것은 이들 역시 환자를 볼모로 삼는다는 점에서 전공의들과 다를 바 없다. 두 달 전 “전공의 복귀는 국민의 뜻이니 이젠 환자 곁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던 보건의료노조가 아닌가.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등 몇 가지 쟁점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입장을 좁히지 못해 간호법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이런 점도 간호사가 다수인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선언에 영향을 미친 만큼 여야가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지난 3월 1만 명에 머물던 PA 간호사는 현재 1만6000명까지 늘어났다. 이들이 전공의가 하던 일부 의사 업무를 맡으며 의료 공백을 메워왔던 만큼 법적 뒷받침을 해주는 건 정부와 국회의 의무다. 파업이 아니라 대화로 의료 파국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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