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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준거점'이 남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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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준거점'이 남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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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가장 높은 스펙을 갖고 있지만,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

이 자조적인 문장은 2014년부터 10년이나 살아남았다. 2018년 연말에 처음 등장한 조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보다 나이가 많다. 고도성장을 겪고 전쟁 폐허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까지 단숨에 치솟아 오른 경험을 가진 나라에서 부모보다 가난하다는 말은 낯설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한국은 ‘과성장’이라는 단어가 신문을 장식하던 시절에 직장생활을 했던 이들이 아직 정정하게 살아 있는 곳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그분들은 분통을 터뜨리곤 한다. “한겨울에도 따뜻한 물이 나오고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몇 번 두들기면 세계 각국 요리가 집 앞까지 배달되는 시대에 살면서 도대체 누구보다 가난하다는 거야? 나약해 빠져가지고!”

옳은 말씀이다. 밀레니얼 한가운데인 1980년대 후반 태생으로 겪은 경험이 윗세대의 실망과 아랫세대의 절망을 모두 이해하도록 만들어 준다. 2000년대 중후반, 처음 대학에 들어왔을 때는 신세계였다. 대학에는 기초생활수급가정에서 자란 나와 비슷한 가정 환경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었다. 동기들은 방학이면 부모님과 함께 여행 다니고 옷은 백화점에서 사 입었으며 어학연수를 어디로 다녀와야 하나 고민했다.

그런데 동기들은 취업 시즌이 다가오자 “어떻게 먹고살지, 이대로라면 내 집 한 칸 갖지 못하고 평생 가난하게 살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 윗세대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속으로 화를 냈다. ‘진짜 먹고살 걱정이 뭔지나 알아? 물려받을 수도권 아파트를 이미 보유하고 있으면서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어!’ 조금 더 크게 봐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 큰 성인이 부모 자산에 기대 독립을 미루는 것은 권장할 만한 삶이 아니다. 자연스레 상층 노동을 하리라 기대받는 청년들조차 부모님이 물려줄 부유함보다 자신이 만들어 나갈 부유함이 적다고 확신하는 사회는 분명히 이상하다. 인류는 청소년기가 되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부모 세대에 불만족하게 된다. 그래야 뭔가 더 나은 것을 추구할 수 있으며, 그렇게 인류는 발전해 왔다.

행동경제학에는 ‘준거점’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마다 기준으로 정해 놓은 기본값이 다르며, 경제적 판단을 할 때는 준거점과 비교하게 된다.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은 ‘부모님 성과’가 MZ세대의 준거점이다. 그보다 더 훌륭해야 기본은 하는 것이며, 그러지 못하면 절망하고 절망이 깊어지면 무기력해진다.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말도, 그냥 쉬는 청년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서울에 몰린 일자리와 서울 주거비용은 본능을 좌절시킬 만큼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최소한 수도권과 지방의 대도시만이라도 살려서 성장할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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