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신약 후보물질 임상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 폐암 신약 렉라자의 미국 허가를 계기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발굴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매년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사장은 “신약 개발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며 “전 세계 환자에게 도움을 줄 혁신 신약을 만드는 데 계속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R&D 투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김 사장은 “매년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자할 예정”이라며 “올해 연구비에 25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제2, 3의 렉라자에 대해서는 더 효율적으로 상업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의 올해 R&D 투자 비율은 매출의 12%로 예상된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지난 21일 국산 항암제로는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폐암 신약이다. 2015년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임상을 진행하다가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이 때문에 렉라자는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가 협업한 오픈이노베이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을 신약 개발의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보유 중인 후보물질 33개 가운데 16개를 외부에서 도입했다. 다른 기업과의 공동 연구도 21건에 이른다. 이를 토대로 지금까지 4조7800억원 규모(5건)의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유한양행은 보유 중인 후보물질의 임상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은 “현재 8개 물질의 임상을 하고 있고 내년까지 12개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렉라자의 다음 타자도 국내 바이오 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 결과물이 될 예정이다. 오 부사장은 “차기 후보물질로는 이중항체 항암제와 알레르기 신약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중항체 항암제(YH32367)는 국내 바이오 기업 에이비엘바이오에서 도입한 물질로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1·2상을 하고 있다. 연간 매출 3조4000억원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항암제인 아스트라제네카 ‘엔허투’와 비교해 강점을 지녔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오 부사장은 “용량 증량 시험을 거쳐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내년 해외 학회에서 임상 중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이 공들이는 또 다른 후보물질은 알레르기 치료제(YH35324)다. 현재 임상 1상을 밟고 있으며,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 도입한 물질이다. 이영미 유한양행 R&BD(사업화 연계 연구개발) 부사장은 “아토피, 천식, 식품 알레르기 등으로 대상 질환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경쟁 약물(졸레어)에 효과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도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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