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불거진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노동 시장이 다소 냉각됐지만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정상화 과정에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23일 이현아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이 쓴 '경제전망 보고서 I. BOX: 최근 미국 경기흐름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달 들어 미국의 경기침체 공포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준 가운데 침체 가능성에 대한 두가지 시각을 소개했다.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쪽의 근거는 빠른 실업률 상승 때문이다. 7월 고용지표에서 실업률이 4.3%로 나타나는 등 경착륙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한은은 "비관론자들은 최근 실업률 상승이 노동수요 둔화에 기인하고 있다며 업황 부진으로 노동수요가 줄어드는 경기침체 국면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실업률을 기반으로 미국경기의 침체 국면 진입 여부를 파악하는 데 활용되는 '삼의 법칙'이 7월들어 발동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이 법칙은 미국 중앙은행(Fed)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클로디아 삼 박사가 2019년 고안한 규칙으로, 3개월 이동평균 실업류리 1년 내 최저치 대비 0.5%포인트 이상 높을 경우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
반론도 만만찮다. 한은은 "노동수요가 둔화되고 있지만 노동공급이 증가한 영향도 있어 경기위축 가능성이 제한적이란 견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주장의 근거는 빈일자리수가 6월 818만개로 팬데믹 이전 715만개에 비해 더 많다는 점이다. 7월 실업률 급등에 허리케인 영향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은은 "양측 견해를 바탕으로 미국의 경기 흐름을 판단하면 노동시장은 그간의 높은 긴장도가 완화되면서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정상화 과정에 있다"며 "경기가 단기간내 급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삼의 법칙 발동만으로 경기침체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언급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