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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팬데믹 겪고도 허점 보인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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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시간이 다시 왔다. 지난해 5월 엔데믹 선언 이후 잊혀졌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다. 7월 셋째주 226명이던 코로나 입원환자는 8월 둘째주 1357명으로 늘었다. 3주 만에 6배로 급증한 것이다.

코로나 확산세에도 국민 상당수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콩나물시루 같은 출퇴근 지하철·버스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위험 정도가 독감 같은 감염병 수준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백신, 치료제, 진단키트 등 코로나에 맞설 무기까지 있으니 팬데믹 때와는 상황이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비상등 켜진 의료 현장
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고령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는 여전히 코로나가 위험한 질병이다. 위중증환자 발생 확률이 60세 이상은 1000명 중 1명, 70대는 2명, 80대는 10명에 이른다. 코로나 확산세가 갈수록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걱정스럽다. 질병관리청은 다음주 주간 환자가 작년 최고 수준인 35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개학과 추석 연휴에 확산 불길이 더 거세질까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의료 현장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뜩이나 전공의 이탈로 의료진 일손이 부족한 터에 늘어나는 코로나 중증환자들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환자 진료 인력은 절반으로 줄었고 응급의료체계도 무너지기 직전이다. 자칫 방심했다간 팬데믹 버금가는 대혼란이 빚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 유행 과정에서 방역 구멍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치료제 품귀가 대표적이다. 대학병원에서조차 치료제가 바닥나 다른 병원에 수소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약 조제를 받으려고 동네 약국을 샅샅이 뒤졌으나 허탕을 쳤다는 환자도 한둘이 아니다. 환자들을 제때 치료해 코로나 확산을 막을 기회를 놓친 셈이다.
안일한 예측이 부른 '인재'
치료제 품귀는 정부의 어설픈 예측에서 비롯됐다. 지난겨울 유행기에 쓰려던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등 코로나 치료제가 남아돌자 방심했던 것 같다. 화이자, 미국 머크(MSD) 등 글로벌 제약사와의 약가 협상이 지난 4월 무산되자 이를 오는 11월로 미뤘다고 한다. 하지만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6월 말부터 코로나가 갑자기 확산하면서 치료제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정부는 뒤늦게 치료제를 추가 확보하려고 부산을 떨었다. 예산당국까지 발목을 잡았다. 기획재정부는 질병관리청의 올해 코로나 치료제 예산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1798억원으로 삭감했다.

의료계에선 벌써부터 다음 유행기 방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치료제 수급에 실패한 정부가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정부는 10월부터 실시하는 코로나 접종을 위해 755만 회분을 확보해놨다. 이번 유행에 놀란 국민들 상당수가 접종에 나설 경우 공급난을 빚을 수 있다.

치료제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외산약의 도입가가 높다 보니 재정 부담 때문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팬데믹을 겪으면서도 제기됐던 이슈들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방역당국이 반복해선 안 될 실수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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