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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상인들, 왜 문 열고 에어컨 '펑펑' 트나 봤더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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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너무 덥다. 잠깐 에어컨 쐬게 여기 신발 좀 잠깐 구경하고 나오자."

2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관광특구 일대. 인파들 사이에서 에어컨을 찾아 가게로 들어가는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폭염에 관광객과 시민들이 일제히 피로감을 호소했다. 야외가 너무 뜨겁다 보니 거리를 걷다 살갗을 스치는 가게 안 차가운 바람이 더 대비되며 저절로 눈길이 가는 건 사실이었다.

이를 의식하듯 이 일대 상점들은 대부분 매장 문을 활짝 연 채 영업하고 있었다. 기자가 전날 오후 6시, 이날 점심께 명동 일대의 각기 다른 상점 거리에서 상점 50여곳 이상 살펴본 결과, 손님이 오가지 않을 때 문을 닫아두는 가게는 이들 중 10곳도 채 안 됐다.

특히 화장품,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은 전부 개문냉방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개문냉방은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금지된바. 하지만 매장 직원들은 대부분 '인근 상점과의 경쟁'을 이유로 개문냉방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액세서리 매장의 직원인 김모 씨는 "액세서리 매대들이 자동문 앞을 가리고 있어 문을 닫을 수 없는 구조"라며 "매장 내부가 시원해야 손님이 한 분이라도 더 온다. 문이 열려있어 냉기가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영업시간 내내 최저 온도로 에어컨을 맞춰둔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온종일 밖에서 호객 영업을 하려면 문이라도 열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화장품 가게 직원인 진모 씨는 "밖에 종일 서 있어야 해서 문을 열어놔야 등 쪽으로 냉기가 와 그나마 버틸 수 있다"며 "차라리 단속해서 다 같이 닫으면 몰라도 모두 이렇게 영업하는 이상 다들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화장품 가게의 사장인 이모 씨는 "여름철 문을 닫고 운영해본 적이 없어서 전기요금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생각해본 적 없다"며 "차이가 크다고 해도 10만~20만원 차이일 텐데 문을 닫아서 발생하는 매출 손해가 더 클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문냉방이 불법이라는 걸 안다"면서도 "문을 닫아두면 손님들이 영업 안하는 줄 안다. 우리만 닫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털어놨다.
개문냉방, 전력량 66% 더 써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개문냉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문냉방 때 전력량은 문을 닫았을 때보다 66%가량 더 소모된다. 전기 요금은 33% 증가한다. 가게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산업용 전기요금 제도로 책정되기 때문에 누진 적용이 되지 않는다.

개문냉방은 엄연히 불법이다. 적발될 경우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단속도 없는 데다 몇시간 동안 문을 열어둬야 개문냉방인지 등 적발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2017년 이후 단속 고시가 없어, 적발된 사례도 0건이다. 코로나19가 발발하며 환기 등 방역 수칙이 우선시됐기 때문이다.
전력수요는 '역사상 최고'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9일 오후 6시(오후 5∼6시 평균) 최대 전력수요는 95.6기가와트(GW)로, 전력 수급 역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여름 들어 신기록 경신만 다섯번째다.

전문가들은 가게들의 개문냉방 영업이 대표적인 전력 낭비 사례라고 지적했다. 전력 사용량을 늘릴 뿐더러 동시에 거리에 뜨거운 열을 방출해 열섬 현상까지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자원 절약 측면에서 개문냉방은 전력을 의미 없이 낭비하는 케이스"라며 "현시점에서는 전기요금도 전력 구입단가에 비해 낮아 전력을 많이 쓴다고 한전의 적자를 메꿀 수 있는 구조도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영국 등 해외에선 가정집의 전력을 국가가 차단할 수 있을 정도로 전력 소비에 대한 통제 수준이 높다"며 "논란이 일 수는 있겠으나 한국도 전력 사용에 대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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