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임금체불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나타내면서 ‘상습 임금체불방지법’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와 여야 모두 일단 법안 취지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임금체불 업체에 대한 제재 방식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려 어떤 방향으로 결론 내려질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최근 비공개 정책조정위원회의를 열고 임금체불방지법 등 10여 개 법안을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여당 환노위 관계자도 “법안이 공식적인 테이블에 올라온다면 제대로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임금체불 방지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이용우·박홍배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임이자 의원이 법안을 내놨다.
법안에는 퇴직 근로자에 한해 적용되는 체불임금 지연이자 제도를 재직 근로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임금체불 지연이자는 임금체불이 발생했을 때 지급이 지연되는 기간만큼의 이자를 기업이 추가로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다만 체불 발생에 따른 처벌을 놓고는 여야 간 견해차가 크게 갈렸다. 이 의원은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사업주를 처벌하도록 한다(반의사불벌죄 폐지)’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상습 임금체불에 대해 체불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21대 국회에서 비슷한 취지로 발의됐던 이수진 의원의 법안(2배 이내)보다 수위가 세졌다는 평가다.
반면 임 의원안은 직접적인 처벌보다는 기업에 대한 사업 기회 제한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 부처가 임금체불 기업에 각종 지원을 끊는 방식이다. 정부의 기업 지원 사업을 신청할 수 없게 하거나, 공공입찰 시 고용부가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체불 자료를 담당 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다만 현장에선 강도 높은 처벌이 오히려 체불 근로자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금체불 근로자의 피해 구제에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인이 됐던 반의사불벌죄가 대표적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임금체불을 하는 것은 그만큼 재정난이 어렵다는 방증”이라며 “처벌 강도가 높아진다면 기업의 경영 문제 해결 의욕을 꺾고, 임금체불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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