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16일 14: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시장이 짧은 휴가를 마치고 재가동된다. 휴가철과 반기보고서 제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재개하고 있다. 앞으로 두 달 동안 5조원에 달하는 회사채가 쏟아지는 만큼 증권사들의 주관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회사채 수요예측을 계획한 기업은 1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19일 후순위채 수요예측에 나서는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줄줄이 발행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달 조달 목표액은 최대 3조1000억원이다. 다음 달에도 1조8000억원이 넘는 회사채가 발행될 예정이다. 두달 동안 5조원에 육박하는 회사채가 시장에 쏟아진다는 뜻이다.
신용등급 BBB급 비우량 기업부터 AA급 우량 기업까지 회사채 시장에 등장한다. AA급 기업에서는 SK, 에쓰오일, 동원산업 등이 자금 조달에 나선다. A급 기업에서는 삼양패키징, 삼척블루파워 등이 시장에 등장한다. 한솔테크닉스를 비롯한 BBB급 기업도 발행 작업에 착수했다. 대부분 기업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차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 자금조달을 둘러싼 환경도 우호적이다. 다음 달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로 내려앉는 등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채권금리도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기업의 조달비용도 낮아질 전망이다.
회사채 발행 규모가 커지면서 증권사들도 주관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주춤하자 채권자본시장(DCM)을 개척하려는 증권사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대규모 기업영업 담당(RM·Relationship Manager) 조직을 운용하는 대형 증권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들도 회사채 주관에 충력을 쏟고 있다.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8~9월 회사채 주관 성과가 올해 DCM 리그테이블 성적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전채를 비롯한 공사채 물량 확대가 하반기 회사채 시장의 변수가 될 우려도 나온다. 오는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공사채 규모는 32조2363억원에 달한다. 신용도가 우량한 공사채가 유동성을 빨아들이면서 회사채 투자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순발행 전환으로 한전채 발행 확대에 따른 구축효과에 대한 경계감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같은 수요 위축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