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이 ‘3%대 이하’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중기 재정 계획상 전망치(4.2%)보다 낮은 수준으로, 엄격한 지출 관리를 통해 내년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14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3%대 이하로 잡고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지출 규모는 676조~682조원이 된다. 올해와 비슷한 2%대 후반으로 결정하면 675조원대로 내려갈 수 있다. 정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예정한 총지출(684조4000억원)보다 최대 9조원 줄어드는 것이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3.9% 이하로 결정되면 윤석열 정부의 출범 3년간 총지출 증가율은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앞서 올해 총지출(656조6000억원) 증가율을 사상 최저인 2.8%로 묶었다. 총지출이 7∼9%대로 증가한 문재인 정부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가 지출 증가율을 낮게 잡으려는 것은 올해 세수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의 예산 대비 진도율은 45.9%로 최근 5년 평균 진도율(52.6%)을 밑돈다. 올해와 세수 흐름이 비슷한 2013년과 2014년을 고려하면 올해 국세 수입은 최소 10조원대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세수가 줄어들면서 이를 기준으로 전망하는 내년 세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기업 실적이 작년보다 개선돼 내년 법인세 수입이 늘겠지만, 세수 결손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총지출 증가율이 3%대로 결정되면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내년 예산안의 지출 구조조정 규모는 통상적 수준인 10조∼1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와 지난해 예산안의 구조조정 규모는 각각 23조원, 24조원이었다. 다만 연구개발(R&D), 소상공인·청년·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민생 지원 예산처럼 필요한 분야에는 재정 투입을 확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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